무선인터넷이 통신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이용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변화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무선인터넷 활용의 대부분은 문자메시지를 교환하거나 벨소리와 캐릭터를 전송받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휴대전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는 준비됐는데, 아직까지 휴대전화기로 영화나 동영상을 보겠다는 가입자는 거의 없다”고 푸념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소비자들이 무선인터넷 활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통신요금에 있다. 최근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조사 결과 이용자의 50.9%가 무선인터넷의 ‘비싼 요금’에 불만을 표시해 요금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한국의 무선인터넷은 속도면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요금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cdma2000-1x’서비스로 이전보다 10배 정도(144kbps) 빨라진 속도는 ‘EV-DO’서비스가 나오면서 다시 16배 정도(2.4Mbps) 더 빨라졌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에 정해진 종량방식 패킷 요금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요금은 그대로인데 통신속도는 160배 정도 빨라졌으니 단위시간당 요금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소비자 중에는 이러한 부담 때문에 속도는 느려도 시간제로 요금을 낼 수 있는 ‘서킷방식’ 무선인터넷을 고집하는 이도 있다. 오죽하면 휴대전화사 사장까지도 “휴대전화기로 영화 한 편을 보는 데 몇 만원이 드는 것은 문제”라고 했을까. 그러나 이달부터 시행된 휴대전화 요금인하에서 무선인터넷 요금은 제외됐다.
통신망 업그레이드와 콘텐츠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기업의 고충은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이 초고속인터넷 분야의 강국으로 부상하기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싼 요금의 뒷받침이 절대적이었다. 무선인터넷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적은 부담으로 서비스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통신 인프라도 소비자들이 이용을 꺼리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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