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공통점은? 개인이 소유한 기업의 인터넷 주소다. 기업이나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인터넷 주소로 미리 등록한 뒤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에 고액에 되파는 ‘도메인 사냥꾼’.
‘닷컴 신화’와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던 이들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통합(CI) 작업을 통해 회사이름을 바꾸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 초기에는 어떤 이름이든 무조건 등록하고 보자는 ‘묻지 마 투자’가 한창이었으나 이제는 수천만원을 들여서라도 돈 될 성싶은 도메인에 제대로 투자하는 ‘전문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선점(先占)만 잘 하면 앉아서 떼 돈〓두루넷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코리아닷컴(www.korea.com)은 한 재미교포가 소유한 인터넷 주소를 무려 500만달러(약 6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11월 창립 20주년을 맞아 한국통신이라는 사명을 버린 KT도 이같은 거금을 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해말 한국인 허모씨가 경매를 통해 ‘www.kt.com’을 2만895달러(약 2600만원)에 샀기 때문. 이미 ‘www.kt.co.kr’를 갖고 있지만 국제화시대에 ‘.com’ 주소가 반드시 필요해 KT는 고심중이다.
닛산코리아를 선점한 나모씨(31)는 “취미 삼아 마음에 드는 도메인을 수집중이지만 이것이 대박으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조만간 일본계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닛산에서 접촉해오지 않을까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개인에게 선점된 유명한 사이트는 ‘www.ktf.net’ ‘www.megabox.com’ ‘www.emart.com’ ‘www.koreaseries.com’ ‘hankookseries.com’ 등 수도 없이 많다.
▽도메인 사냥꾼을 사냥하라〓도메인 사냥꾼이 뜨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도메인 매매 전문 사이트도 호황을 맞고 있다. 도메인 사냥꾼들로부터 도메인을 홍보하는 대가로 일정 비용을 챙기는 것.
굿도메인(www.gooddomain.co.kr)은 5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도메인만을 선별해 매물 목록에 등록시킨다. 만일 거래가 성사되면 도메인 가격의 5%를 수수료로 받는 것. 현재 이 회사의 매물 목록에 올라 있는 도메인은 모두 500여개나 된다.
봉이김선달(www.bongikimsundal.co.kr)은 매물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대가로 거래성사 여부에 상관없이 1년에 1만2000원, 2년에 2만원을 받고 있다. 2000여 개의 사이트가 대기중이다.
도메인닥터(www.domaindr.co.kr)는 일단 매물 목록에 올리면 5000원을 받고 매매가 이뤄지면 거래가격의 5∼1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도메인 등록 어떻게 하나〓일반인이 등록할 수 있는 도메인은 ‘.com’ ‘.net’ ‘org’ 등으로 끝나는 10여개 최상위 도메인과 ‘.pe.kr’로 끝나는 개인 도메인.
도메인 등록비용은 닷컴의 경우 건당 1년에 2만2000원선. 전문 도메인 사냥꾼은 현재 3000∼4000명이며 총 5만∼10만개의 도메인이 이렇게 선점돼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메인 등록업체 후이즈(www.whois.co.kr)의 윤원철 전략기획 팀장(31)은 “예전에는 단순히 짧고 좋은 도메인이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이름이 길더라도 기존 오프라인 브랜드와 연계되는 도메인이 뜨고 있다”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이를 지속적으로 광고해서 인지도를 높이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만큼 예전처럼 ‘봉이 김선달’식 장사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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