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인들의 트위터 활용이 화제라던데….” 지난달 23일 대구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박한우 교수의 연구실. PC에 연결된 80인치 대형 프로젝터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에 등장한 싱가포르국립대 뉴미디어학부의 캐럴 순 교수가 이렇게 얘기하자 박 교수가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한국에서 트위터를 이용한 정치인들의 네트워크를 분석해봤어요.” 화면에 박 교수가 입력한 문장이 떠올랐다. 8월 14일 기준으로 민주당 천정배 의원, 김형오 국회의장 등 트위터를 사용하는 정치인 22명의 사용기록과 대화 내용 분석 자료도 함께 나타났다.
박 교수와 순 교수를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등에 있는 학자 8명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를 활용해 한 사람이 주제 발표를 하면 다른 사람들은 키보드로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토론한다. 약식 국제 학술회의인 셈이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미디어학자들의 모임이다. 인터넷으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는 방식, ‘의견의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이들의 관심사다.
○ 사회적 관계를 계량하다
인터넷이 탄생한 뒤 40년이 흐르는 동안 인터넷을 이해하는 대표적 키워드는 ‘기술’이었다. 데이터는 어떤 형태의 전기 신호로 변환되는지, 기술 표준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이해해야 인터넷을 알 수 있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거나 적어도 수학과 물리학에 능통해야 알 수 있는 개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된 결과 인터넷 관련 각종 기술을 낯설어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 젊은 인문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이제 인터넷의 기술용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의 관심사는 컴퓨터공학자나 수학자들과는 달랐다. 이들은 블로그에 누가 댓글을 남기고 트위터에서 누구와 대화하는지, 대화의 내용은 무엇인지 등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내는 ‘관계’와 내용에 더 관심이 있었다.
예를 들어 박 교수는 최근 특정 고유명사가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빈도를 연구하고 각 단어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파악하고 있다. ‘광화문’이란 단어가 네이버의 카페에서는 ‘음식점’이란 단어, 인터넷 신문기사에선 ‘시위’, 블로그에선 ‘광장’이란 단어에 자주 연결된다면 이는 사람들이 네이버에서 음식점 정보를 얻고, 인터넷 신문에서 시위 뉴스를 보며, 블로그에서 광화문광장 정보를 얻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또 이런 단어들과 ‘불편하다’라거나 ‘맛이 최고’라는 표현이 함께 쓰이면 이는 이 정보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알려준다. 언어학과 사회학의 방법론을 동시에 사용해 인터넷에 떠도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렇게 ‘관계’라는 무형의 정보를 통계로 만들어 수치화하고 분석하는 학문을 ‘웨보메트릭스(webometrics)’라고 부른다. 시간이 갈수록 널리 보급되고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오늘날의 인터넷이 탄생시킨 새로운 사회과학 영역이다.
○ 정보의 재구성
이런 관계망과 함께 사회를 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른 요소는 ‘실시간 정보’다. 트위터 같은 서비스가 그 역할을 한다. 그동안 공학적인 분석을 통해 해석된 인터넷은 논리적으로 합당한 정답을 찾아내는 데는 어느 정도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의 행동은 ‘정답’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 원하는 답이 다르고(시간의 문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답을 더 신뢰하며(영향력의 문제) △자기가 있는 곳의 지리적 특징에 적합한(위치의 문제) 답을 원한다.
문헌정보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특성을 인터넷에 접목해 ‘정보설계(Information Architecture)’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트위터와 같은 실시간 데이터를 살피면 사람들의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시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사회적 관계를 파악하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고,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남는 접속장소의 인터넷주소(IP)는 지리적 문제도 해결해 준다.
정보설계 컨설팅 회사인 시맨틱스튜디오의 피터 모빌 사장은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미래의 인터넷 세상은 사회적 연결망과 시간별로 새로 만들어지는 정보, 위치 정보 등이 문헌정보학과 결합해 인터넷의 정보를 더욱 가치 있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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