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추석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A 씨는 자신의 최신 ‘안경’을 쓰고 거리를 훑어본다. 음식점을 쳐다보면 음식점 메뉴가 뜨고 버스 정류장을 바라보면 해당 정류장에 서는 버스에 대한 정보가 안경 안에 뜬다. 어느 건물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있는지도 보인다. 안경 안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내장돼 있어 A 씨가 동서남북 중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그중 한 버스의 노선도를 보고 싶다면 그 특정 버스에 대한 정보를 조금 오래 쳐다보기만 하면 된다. 그의 최신 ‘안경’은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2009년에 문을 연 광화문광장에 대한 안내도 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에 눈길을 주면 두 위인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을 공부할 수 있다. 옆에 지나가는 사람의 멋진 구두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도 팝업창에 뜬다. 이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가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미래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라고 부른다.
미래의 인터넷은 모바일과 결합해 훨씬 더 편리하고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모바일은 단순히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과 연결돼 있는 유비쿼터스 세상의 도래를 뜻한다. 인터넷 정보는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수신기가 달린 안경을 통해서도 받아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에 증강현실이 결합되면 “인터넷을 하다”라는 의미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웹서핑을 하다”라는 전통적 의미와는 전혀 달라진다.
○ 현실에 정보를 더한 ‘증강현실’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에 컴퓨터가 만들어낸 추가 정보를 더해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혼합현실’이다. 특정 사물에 대한 영상이나 사진에 그 가격, 명칭, 용도 등의 부가정보를 더해 보여주는 것이다. 터미네이터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상상하면 쉽다.
닌텐도의 게임기 ‘위’나 스크린 골프 등이 현재 이용되고 있는 초보적인 단계의 증강현실을 이용한 서비스이다.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구글 안드로이드폰의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현실 이미지 위에 이와 관련된 부동산 정보를 얹어주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러한 증강현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의 편리성에 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웹브라우저 이용 방법을 알아야 했고, 키보드를 이용해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그러나 증강현실의 세상에서는 직관적으로 행동하기만 하면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KT 서비스 디자인부문 조선영 차장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컴퓨터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지 않고 사람 본성대로 행동하면 정보가 저절로 따라오는 셈”이라며 “증강현실은 정보의 습득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증강현실을 이용한 모바일 서비스는 2010년 후반이나 2011년이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다만 아직까지 수익모델이 확실치 않아 서비스 업체들이 고민 중이다.
○ “모바일은 블루오션”
최근 포털 업체 ‘다음’은 모든 직원에게 애플 아이폰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이 모바일 사업에 얼마만큼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다. 앞으로의 인터넷 서비스는 하루 24시간 중 얼마만큼 이용자를 붙들어 둘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는데, 모바일이 이용자를 붙들어 두기에는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다음의 모바일커뮤니케이션서비스유닛 김지현 본부장은 “포털의 웹 서비스가 레드오션이라면 모바일 서비스는 블루오션”이라며 “TV와 포털이 싸우는 동안 모바일이 자투리 시간을 빼앗아 오면 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도를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는 어떤 주유소에서 가장 싸게 기름을 넣을 수 있는지, 어떤 할인점에서 어떤 이벤트를 하는지, 내 친구가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을 표시할 수 있다. 여기에 이용자의 생활패턴을 결합해 이용자가 원할 만한 정보만 골라서 보여주는 것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에서는 모두 700여 명이 이러한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끝―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실재에 가상의 디지털 콘텐츠를 접목하는 기술이다. 비디오카메라 등으로 실제 사물을 촬영해 해당 물체에 대한 디지털 정보를 실시간으로 그래픽 형태로 덧씌워 만든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영상-음성으로 검색하고 언어-공간 장벽 곧 사라져”▼
구글 최고기술책임자 스펙터 부사장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을 수 있는 모든 장벽이 사라질 것이다.”
스펙터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구글코리아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을 통해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미래에 가져올 변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가 말하는 인터넷 미래상의 핵심은 휴대전화로 연결되는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 언어나 공간의 장벽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 특히 문자와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데이터 양식과 관련된 장벽도 10년 내 모두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처럼 문자를 통해 문자로 된 데이터를 검색하는 것뿐 아니라 영상을 통해 영상을 검색하고, 음성으로 음성 데이터를 찾아오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은 지금도 일부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구글코리아”라고 말하면 휴대전화가 알아듣고 화면에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또 구글 홈페이지의 ‘유사 이미지 찾기’ 검색 기능은 영상을 입력하면 인터넷에서 비슷한 영상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노래의 일부를 흥얼거리면 해당 곡의 음악 파일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언어 장벽도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전화에 한국어로 얘기를 하면 휴대전화가 이를 영어로 번역해 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금도 ‘구글 번역’은 인터넷에서 약 50개 언어에 대해 교차 번역을 지원한다.
스펙터 부사장은 “한국어와 세르비아어의 교차 번역처럼 통역 가능자가 거의 없는 번역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아직은 번역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데이터의 양이 쌓여갈수록 점점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펙터 부사장은 “특히 뉴욕처럼 사용 언어가 50여 개나 되는 도시에선 매우 유용한 기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원하는 정보, 기계가 찾아서 갖다주는 시대 올 것”▼
모빌 시맨틱스튜디오 대표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