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국시장에 국내 통신업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 SK텔레콤, KTF를 비롯해서 중소기업들까지 발판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장진출 과정에서는 갖가지 묘안이 동원된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어니언텍은 중국 베이징TV의 축구중계 시간에 ‘승부맞히기’ ARS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업체. 이 회사는 중국의 한류(韓流·한국 대중문화의 유행)현상을 이용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류는 이미 한때의 유행을 넘어 ‘문화현상’으로까지 발전한 상태. 베이징에는 한국 가수의 댄스곡을 한국말로 부를 수 있는 청소년이 부지기수다.
이 회사는 ‘핑클’, ‘신화’ 등 한국 가수들의 음반과 콘서트 입장권,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를 경품으로 내걸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얼마전 한국 국가대표 사인볼이 ‘말썽’을 일으켜 버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인이 들어간 공을 한국 업체에 주문을 했는데 이 업체에서 중국에 하청을 줘버린 것. 배편으로 도착한 짐을 뜯어보니 ‘Made in China’가 선명했다. 가슴이 철렁한 것은 물론 경품행사 실적이 떨어지고, 심지어 항의까지 받았다고 한다.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N무선인터넷 콘텐츠 업체 사장은 ‘스타 마케팅’을 활용했다. 중국을 방문할 때 탤런트 안재욱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지고 간 것. 사진을 본 현지 관계자는 “한국 연예계의 ‘거물’이 왔구나”하며 입이 떡 벌어졌다. 선물로 가져간 여성 그룹 ‘베이비복스’ 음반도 요긴하게 쓰였다. 너도나도 가져가겠다며 난리였다. 합작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물론이다.
중국 사회는 유난히 인간관계(꾸안시·關係)를 중요시한다. KTF의 한 간부는 중국측 파트너와 백주 대낮에 식당에서 40도짜리 고량주를 ‘원샷’으로 거푸 마신 뒤 사우나탕까지 가는 ‘고초’를 겪었다. 중국인들은 술이 없으면 결례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복병(술상무)’을 데려와 기싸움도 벌인다. 그는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 술에 얽힌 에피소드가 가장 많을 것”이라며 “술을 권하는 것은 대부분 선의이기 때문에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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