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슨트 테크놀로지스, ABB, 로이터, 인벤시스 등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기업들의 연이은 감원 조치로 24일 하루에만 전세계적으로 3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통신기기 제조업체 루슨트 테크놀로지스는 올초 1만9000명의 직원을 감원한데 이어 이날 전직원의 12∼16%에 해당하는 1만5000∼2만명을 추가로 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미디어그룹인 로이터도 전체 임직원의 6%에 이르는 1100명을 해고해 설립 150년만에 가장 큰 인력 감축 조치를 단행했다.
이밖에도 유럽의 다국적 공작기기 제조업체 ABB는 1만2000명, 영국 전자업체 인벤시스는 2500명, 미국 전기업체 애로는 1000명을 각각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반도체 경기 침체로 후지쓰가 이날 직원 9000명에게 조기 퇴직을 제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이 1만2000명, 캐나다 최대 통신업체 노텔 네트워크가 7000명, 유럽 최대 가전업체 필립스가 4500∼5500명, 미국 금융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5000명, 영국 통신업체 마르코니가 4000명에 이르는 감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의 공통된 감원 목적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이윤 감소를 노동비용 절감으로 만회하자는 것.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스는 2·4분기(4∼6월)동안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18억9000만달러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감원 열풍은 세계적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앞다투어 이윤감소 경고를 발표한 지 6개월만에 전면적으로 나타난 것. 해고에 따른 비용 부담을 염려해 감원을 꺼리던 기업들이 조기 경기 회복의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본격적인 감원 조치에 돌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올초까지만해도 최근 30년내 최저 수준인 4%선에 머물던 미국 실업률이 기업들의 감원 열풍이 이어지면서 급속히 오르고 있다.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고문은 5월 4.4%에서 지난달 4.5%로 오른 미국 실업률이 이번 여름기간에 5% 또는 그 이상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적어도 3∼6개월간은 기업들의 영업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올연말까지는 전세계적으로 첨단기술 업체들을 중심으로 추가 감원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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