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개구리잡기-게임 다 잘해요"

  • 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57분


마삼분교 어린이들이 22일  '메가 웹 스테이션'에서 프로게이머들과  대결을 펼치고 있다
마삼분교 어린이들이 22일 '메가 웹 스테이션'에서 프로게이머들과 대결을 펼치고 있다
민우(전남 곡성군 겸면초교 마삼분교3년)는 들판달리기와 개구리잡기의 ‘도사’다. 네트워크게임 스타크래프트 실력도 거의 ‘선수’급. 22일 오후 코엑스몰(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PC방 메가웹스테이션에서 프로게이머들과 민우를 비롯한 마삼분교 어린이들이 팀을 짜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펼쳤다. ‘드래곤을 뽑아’ ‘오른쪽 업그레이드 해야지’ 등 다른 게이머들이 빠르게 읊어대는 ‘훈수’를 따라가는 민우의 손놀림이 여간 아니다. 지난해 6㎞나 떨어진 면소재지의 PC방을 가끔씩 다니면서 익힌 실력이다.

지금은 학교 컴퓨터로도 게임을 할 수 있다. 전교생이 24명인 마삼분교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변변한 컴퓨터 하나 없었다. ‘286’ 수준의 컴퓨터와 고장난 386을 합쳐 5대가 있었을 뿐. 지난해 11월 SK에서 7대의 컴퓨터를 기증받았지만 산간지역이라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이 들어오기 어려워 학교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올 2월말 한국통신(KT)에서 마삼분교 옥상에 위성용 접시안테나를 설치해 무궁화 위성으로 ‘위성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속도는 1Mbps 정도.

KT는 21일부터 24일까지 마삼분교 어린이들을 서울로 초청했다. 63빌딩, 코엑스 아쿠아리움 등도 구경하고 프로게이머와의 게임대결과 KT전시관을 통해 오래된 전화기부터 한국 정보통신의 역사를 보는 시간도 갖는다.

마삼분교 어린이들은 이제 모두 e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다. 늘 집에서 보는 언니 오빠와도 e메일을 주고받는다. 얼굴 보며 말하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가끔씩 채팅사이트에서 다른 지역 친구들과도 대화한다. 자료검색을 통해 숙제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삼분교에 2년반 째 근무하고 있는 한재복 교사는 “1, 2학년을 제외하고 16명의 학생들이 있어 컴퓨터 7대 정도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해 둔다”고 설명했다. 한 교사 역시 아이들이 보낸 e메일에 답장하느라고 방학이 바빴다.

마삼분교 어린이 24명은 모두 ‘광고모델’이기도 하다. 13일부터 시작된 KT의 캠페인광고에서 ‘산간오지’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꿈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준 것. 이 광고는 탤런트 이영애씨의 ‘인터넷으로 영어공부하는 주부편’, ‘인터넷으로 오이 주문받는 황둔마을 오이아저씨편’에 이은 시리즈광고 3탄. 오전 5시부터 광고 장면을 위해 떼지어 뛰어다니는 중에도 틈틈이 스태프와 게임시합을 하기도 했다. 몇몇 스태프는 3개월째 아이들과 e메일을 주고 받고 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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