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휴대전화 긴급감청 남발…4년간 1529건

통신업체들이 긴급감청 확인서를 받지 않은 수사기관의 감청까지 수시로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용자의 비밀번호까지 수사기관에 알려줘 사실상 언제라도 통화내용과 음성사서함을 엿볼 수 있게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이 영장제출 유예기간을 악용해 긴급감청을 하다 중단한 횟수가 1997∼2000년의 전체 긴급감청건수의 60.7%에 달한 것으로 집계돼 긴급감청이 남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23일 정보통신부가 국회 예결위 소속 심재철(沈在哲·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SK신세기 등 휴대전화 서비스 4개사는 98년 2월부터 99년 12월까지 모두 32차례에 걸쳐 긴급감청 확인서도 받지 않은 수사기관에 감청집행을 협조해줬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음성사서함 감청시에는 사업자가 내용을 녹취해 수사기관에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아예 비밀번호를 알려줘 언제라도 감청할 수 있게 했다. 업체들이 음성사서함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은 97∼99년 6월말까지 2288차례나 됐다.

또 97∼2000년의 전체 긴급감청 건수는 1529건으로 이 가운데 60.7%인 928건이 긴급감청 허용시간(36시간, 99년말 이전 48시간) 이후 영장제출 없이 슬그머니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감청은 영장을 받을 여유가 없을 때 검사의 지휘서나 국정원장의 조정서를 제출, 먼저 감청을 실시하고 36시간 이내에 영장을 받도록 한 제도. 그러나 수사기관들은 이 같은 조항을 악용해 허용시간에만 제재없이 감청을 한 뒤 사후 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서울지역 45개 전화국 중 44곳이 감청허가서 사본을 보관하지 않는 등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태한·김정훈기자>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