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6일 세계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독점금지법 위반혐의를 들어 분사 등 초강경 수단을 동원해 처벌하려던 빌 클린턴 행정부 이래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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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인 ‘커먼 코스’의 한 관계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법무부가 MS 소송에 대한 견해를 바꾼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MS는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대신 공화당 쪽에 내기를 걸었고 이제 그 내기에서 이겨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MS는 지난해 대선 때 일찌감치 공화당 쪽에 줄을 서서 선거자금을 대왔다. 민주당 보다는 기업 이익을 훨씬 많이 옹호해온 공화당이 집권하면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MS의 고위간부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단골 백악관 초청객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미 법무부는 MS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일단 크게 낮춘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는 MS에 대한 소송 자체를 취하한 것은 아니라면서 이런 해석을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즉 MS의 독점 행위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방침에는 전혀 변화가 없으며 다만 보다 원만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6월말 항소심에서 법원이 MS 분할을 지지한 1심 판결을 뒤집음에 따라 MS를 2개사로 쪼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 만큼 전술을 바꿨을 뿐이라는 것.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는 97년 10월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MS의 독점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이 회사를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 분야와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소프트웨어 분야로 분사하는 방식의 극단적 해결법을 추구해왔다. 지난해 6월 1심 판결에서 연방지방법원의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는 MS 분할 판결을 내려 MS를 상대로 소송을 낸 법무부와 19개 주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을 앞두고 MS를 상대로 소송을 낸 주 정부들과 긴밀히 협의했으며 백악관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미 언론은 이 같은 주장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앞으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윈도에 MS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제품을 설치해도 MS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법무부와 MS의 공방은 독점을 시정하는 적절한 방안을 양측이 찾아내 법정 밖에서 합의하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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