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신산업의 ‘뜨거운 감자’인 초고속인터넷망 중복 투자 문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중복 투자 방지 대책도 차일피일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
정통부는 11일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초고속망 분야의 중복 투자 규모가 1998∼2000년에 1212억원, 2001∼2005년엔 72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05년까지의 투자총액을 7조7571억원으로 가정한 금액으로 투자 총액이 늘면 중복투자 규모도 더 불어날 전망. 실제로 올해 초고속인터넷망 분야의 투자액은 상반기에만 2조원을 넘었다.
또 정통부의 중복투자액 추정은 가입자 회선 설치비용만을 계산한 것으로 기간망 설치와 장비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이미 조단위를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망(網)구축 비용으로 한국통신이 1조518억원, 하나로통신이 5060억원, 두루넷이 1315억원, 파워콤이 1083억원 등 2조4462억원을 썼다.
중복투자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막대한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 데이콤 630억원, 하나로통신 1256억원, 두루넷 1544억원, 지앤지네트웍스 199억원, 드림라인 62억원 등의 적자를 내 한국통신을 제외한 사업자들의 총 누적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섰다.
중복투자의 또 다른 후유증은 초고속가입자망의 대도시 집중현상. 사업자들이 수익성이 좋은 대도시 아파트단지에만 몰려 지역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의 초고속인터넷 가입률은 13∼17%인 반면 대도시가 아닌 지역은 7∼1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장비투자액의 50∼70% 정도가 알카텔, 루슨트테크놀로지, 시스코 등 외국업체에 돌아가는 것도 중복투자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하나로통신 두원수 이사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650만명을 넘어서 당장 중복투자 방지 대책을 시행해도 늦은 감이 있다”며 “가입자망 공동 활용을 위한 강제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통신분야 포괄적시장구조개선(CMP)계획에 초고속인터넷 분야를 포함시키기로 하고 다음달 13일까지 이 분야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집중 조사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불공정거래행위, 부당 광고 및 불공정 약관 등을 중점 점검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한 사안은 법에 따라 조치하고 공정위가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은 정통부 등과 협조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초고속 인터넷 망구축 비용 및 정부지원금 현황(단위 : 억원) | |||
사업자 | 2000년 망구축비용 | 2001년 (1∼6월)망구축비용 | 2000년 정부융자지원금 |
한국통신 | 11,920 | 10,518 | 321 |
데이콤 | 1,942 | 33 | - |
하나로통신 | 15,962 | 5,060 | 359 |
온세통신 | 160 | 295 | - |
두루넷 | 5,230 | 1,315 | - |
드림라인 | 2,695 | 294 | 32 |
지앤지 네트웍스 | 1,314 | 275 | 48 |
파워콤 | 4,817 | 1,083 | 199 |
SK텔레콤 | 5,583 | 5,027 | - |
LG텔레콤 | 290 | 562 | - |
계 | 49,913 | 24,462 | 959 |
<김태한·박중현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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