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첨단 IT기술을 이용해 지하드를 지휘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의 산속과 동굴에서 컴퓨터와 팩스, 위성전화 등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테러 목표를 지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지하드의 핵심은 인터넷. 라덴과 그가 이끄는 비밀결사 ‘알 카에다’는 평소 잠복해있다 작전이 있을 경우 인터넷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34개국에 흩어진 조직원을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안성도 뛰어나기 때문. 일부는 스포츠사이트의 채팅룸이나 포르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트는 수시로 익명가입이 가능해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
라덴은 훈련방법에서도 IT기재를 십분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미 정보당국은 1000 페이지 분량인 라덴의 ‘테러리즘 매뉴얼 CD’를 입수했다. 이 매뉴얼은 폭탄의 조립 및 설치, 독약과 중화기 조작법, 협조자 포섭법 등이 영상으로 수록되어 있었다. 98년 224명의 희생자를 낸 케냐·탄자니아 미대사관 폭파사건에 사용된 폭탄의 제작방법도 있다.
해킹 능력도 갖추었을 가능성이 있다. 올초 스파이혐의로 구속된 전 FBI 요원 로버트 핸슨이 구소련에 넘겨준 비밀소프트웨어 ‘프라미스’가 라덴의 수중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 이 소프트웨어는 인터넷 은행거래 내용을 감시하며 특정 데이터베이스를 뚫고 들어가 돈세탁을 가능하게 한다.
IT보안의식에서도 라덴은 철저하다는 평가. 지난해 CIA가 아프가니스탄의 은거지에서 송출되는 위성통신을 감청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연락수단을 암호화된 인터넷 통신으로 즉각 대체했다. 라덴은 위치추적이 가능한 TV 생중계도 꺼린다. 그만큼 IT기술의 ‘양면성’을 궤뚫고 있다는 이야기다.
CNN은 그러나 라덴이 뉴욕테러 직후 첨단통신기기 사용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도청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IT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항해, 조랑말을 탄 밀사를 통해 지시를 하는 ‘석기시대의 통신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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