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중국투자를 늘리면서 중국의 IT생산액은 이미 대만을 앞질러 세계 3위로 뛰어올랐다. 중국은 또 하이닉스반도체 생산라인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등 반도체분야 강자가 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중국이 생산기지의 역할에 머물고 있지만 내수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과학기술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곧 IT선진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급성장하는 중국 IT생산 및 수출〓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중국 IT산업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를 제외한 IT제품의 중국 내 생산액은 99년보다 38.4% 늘어난 255억달러로 미국(885억달러) 일본(455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였다. 한국은 물론 생산기지를 최근 중국 본토로 많이 이전한 대만(231억달러)도 중국에 밀려났다.
중국의 컴퓨터시장 내수규모는 연 700만대로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2위이며 롄샹 팡정 등 중국브랜드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IT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 상반기 중국의 PC수출액은 지난해보다 36.4% 늘어난 108억9000만달러로 ‘나홀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69개 부문에서 1만800여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하이얼그룹은 전자업계 중 세계 9위의 기업으로 부상했다. 올 7월말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1억2060만명으로 세계 1위가 됐다. 이런 시장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중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의 약 30%가 IT분야에서 이뤄졌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진석 수석연구원은 “한국기업은 IT생산에서 중국에 추월당했고 중국시장 진출은 선진 다국적기업에 밀릴 우려가 있다”며 “중국 내 연구개발 비중을 확대하고 유리한 사업분야를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반도체 진출〓철강에 이어 새로운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세도 만만찮다.
일본 및 대만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기술이전을 받아온 중국은 최근 하이닉스로부터 세계 표준인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일부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를 만드는 소재 원판으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등 반도체 선진국들이 주로 8인치 설비를 갖고 있으나 중국은 6인치가 주력이었다.
중국은 또 하이닉스 생산라인 인수 조건으로 하이닉스가 보유한 0.18∼0.2μ(미크론·1미크론은 100만분의 1m)의 반도체 미세가공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0.25μ을 시험하는 단계로 우리나라보다 약 5년 정도 뒤져 있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베이징(北京)에 20개, 상하이(上海) 지역에서만 30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반도체 강국이 된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특히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IT시장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든든한 내수기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임숙·김승진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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