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 없으면 낙오"…텔슨전자 부회장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39분


“두고보세요. 몇 년 안에 일을 내고야 말 겁니다.”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텔슨전자의 설립자인 김동연(金東演·43) 부회장은 요즘 사람을 만날 때마다 미국에 새로 만든 연구소 자랑에 여념이 없다.

텔슨전자 미국 연구소는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미국 시장에 적합한 휴대전화 단말기를 연구, 개발하기 위해 최근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에 만든 조직. 현지에서 박사급 연구인력 20여명을 뽑아 핵심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연구소의 위치가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가 아닌 동부 뉴저지주인 것은 인근의 루슨트연구소와 버라이즌연구소 등 세계적인 통신분야 연구소를 의식한 포석. 김 부회장은 “이제 막 걸음마하는 수준이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이들 연구소와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기술이 없으면 시장도 없습니다. 한국은 CDMA 단말기 부문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앞으로 핵심기술 개발에서 뒤쳐지면 몇 년 뒤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텔슨전자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약하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올들어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제조사인 노키아의 CDMA 단말기 설계와 생산을 맡고 있어 핵심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는 “한국은 CDMA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원천기술 분야에서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가입자 규모 2700만명의 내수시장을 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활용해 핵심기술 개발에 나서면 3∼5년내에 기술 자립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의 텔슨전자와 미국의 텔슨아메리카에 이어 중국을 거점으로 하는 텔슨차이나를 설립해 글로벌 경영체제를 만들 계획. 각 지역 법인을 현지시장에 뿌리를 내린 독립 기업으로 키워 2010년에는 지역별 연간 매출액을 100억달러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구상. 그는 “앞으로 10년은 인터넷과 무선통신이 결합하는 시장이 주도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말기 외에도 휴대전화 브라우저와 ‘버추얼머신’같은 무선인터넷 솔루션 개발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텔슨은 최근 CDMA 단말기 중국 수출을 성사시켜 중국 시장 진출의 물꼬도 텄다. 중국 콩카그룹과 내년 3월까지 6000만달러 상당의 CDMA 단말기 34만대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것. 중국내 CDMA 가입자가 증가하면 공급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내년에는 콩카그룹과 3∼5차례의 추가계약이 예상돼 중국시장 수출액은 3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은 휴대전화 잠재수요가 1억5000만명에 이르고 매년가입자는 20∼40%씩 증가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라며 “중국내에는 국내 제조사와 손잡기를 바라는 기업들이 많아 국내 업체간 과당 경쟁만 피하면 중국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이 92년 맥슨전자를 나와 세운 텔슨전자는 창업 9년여만에 연간 매출액 4000억원대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직원수는 750명으로 서울 양재동에 20층짜리 사옥도 보유하고 있다. 광역삐삐로 시작해 휴대전화 단말기로 이어진 사업 분야에서 고집스럽게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한 결과다.

“창업후 10년 가까이 300배이상 성장했으니 앞으로 10년간 100배 이상 성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김 부회장의 그리는 10년 후 텔슨의 모습은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나 모토로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1등기업’이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김동연 부회장은 누구

▽1958년 서울 출생

▽1984년 명지대 경영학과 졸업

▽1977년 맥슨전자 근무

▽1992년 텔슨전자 대표이사 사장

▽2000년 한국이동통신지적재산권 협회장

▽2000년 무역의날 수출 7000만달러상 수상

▽2001년 텔슨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취미: 골프,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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