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 카드(VGA) 등 PC 주변기기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시그마컴이 변신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시그마컴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김동도(金東燾·사진) 사장은 “기존 VGA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기반으로 디지털 가전제품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틈새시장을 뚫을 비장의 무기는 6월 시판을 앞둔 최첨단 개인형비디오리코더(PVR)셋톱박스. PVR셋톱박스는 TV 프로그램을 시청자의 취향에 맞게 편집, 저장, 재생할 수 있는 한 단계 발전한 VCR이다.
기존 VCR는 비디오 테이프 한 개 분량(약 2시간)을 녹화할 수 있었지만 PVR는 수십시간의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 또 원치 않는 광고는 간단히 삭제할 수 있는 등 편집 기능이 강화돼 원하는 프로그램만 쏙쏙 뽑아 볼 수 있다.
김 사장은 “위성방송의 본격화로 채널 200여개 시대에 들어서는 내년 초쯤에는 소비자들도 우리 제품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그마컴의 가전업체 진출이 기존 PC주변기기 사업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VGA 시장 점유율 40%, TV수신카드 점유율 50% 등 국내 PC 주변기기 시장의 독점적 위치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
이 회사는 올 하반기부터 디지털 TV수신카드와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모니터 상용화로 기존 시장을 고수하는 전략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98년 9월 창업 2년 만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것이 첫 번째 도약이었다면 올해는 디지털 가전제품으로 제2의 창업을 이룰 것”이라며 “PC와 가전 두 분야에서 멀티미디어 전문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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