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분기(1∼3월) 때만 해도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각종 경제지표를 근거로 제시하며 IT경기를 낙관했지만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관련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IT부품인 반도체 D램은 연초에 비해 절반 수준까지 가격이 폭락했다. PC, 네트워크 장비, 휴대전화단말기 등도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PC 모니터 교체 수요로 가격이 오른 액정화면표시장치(LCD)도 장기적 호황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생산물량의 8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국내 IT업체들은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악전고투해 왔지만 미국 일본 등의 해외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올 하반기에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살아나야 IT경기도 회복된다〓미국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크레이그 배럿은 최근 “지난해말 PC 제조업체 등이 재고 조정을 끝내고 연초부터 새로운 부품에 대한 재고를 쌓는 과정에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며 “아직 수요 확대에 대한 근거가 없어 현시점에서 IT경기 회복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텔을 비롯한 노키아 루슨트 애플 AMD 등의 상반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으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 나스닥 증시가 폭락하기도 했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연초 예상과 달리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재고 부담으로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주요 IT기업들이 수요회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투자를 늘리지 않는 한 IT경기 조기회복을 확신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김재윤 박사는 “평균 3년이었던 PC 교체 주기를 감안해 올해부터 PC 판매가 늘면서 반도체 경기도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수요가 예상 외로 부진해 이런 늪에서 헤어나기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이후에나 본격 회복 가능할 듯〓대부분의 전문가들은 IT제품의 본격적인 수요 회복 시점을 내년 이후로 예상한다. 다만 계절적 수요가 반복되는 반도체는 올 3·4분기 중 반등세가 기대된다.
하지만 과잉투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네트워크시스템과 통신장비 업계는 내년 하반기에나 ‘햇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4억2000만대의 수요가 예상됐던 휴대전화단말기 수요도 3억9000만대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호황을 누리고 있는 LCD산업도 관련업계의 과잉공급으로 하반기가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 김일웅 마케팅담당 상무는 “일부 선발 업체들이 내년 3·4분기를 IT경기의 바닥으로 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상당수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며 “하지만 제품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 등 선발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 수익구조는 탄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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