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정관영]문화산업도 하이테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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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정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CT융합연구그룹장
정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CT융합연구그룹장
로마의 판테온은 둥근 신전의 돔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구조다. 구형 공간의 돔 중앙 지름 9m의 ‘오쿨루스(원형 창문)’를 통해 들어온 빛이 공간을 밝힌다. 하루 시간의 변화와 한 해 절기의 변화에 따라 빛의 양이 달라진다. 출입문을 닫으면 빗방울이 실내에 들어오지 않는 구조인 판테온은 공기역학과 건축공학, 재료공학이 집대성한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 판테온은 설계 제작방법이 널리 알려져 이후 건축양식의 하나의 표준이 됐다. 로마시대의 과학적 건축물이 후대에 두고두고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한류 문화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각국이 모델로 삼을 만한 성공 요인이 있는 한편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한류 문화가 잠깐의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의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주류(main stream)’가 돼야 한다. 미국의 대중문화가 세계 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가 된 것은 미국의 생활방식을 매력적인 형식의 문화콘텐츠를 통해 전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세계 대중문화는 자국의 고유한 문화도 아니고 문화의 주류라는 미국 문화와 닮은 것도 아닌 독립적인 콘텐츠로 ‘주류’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프레데리크 마르텔은 저서 ‘메인스트림’에서 말한다. 한류 문화가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분야의 노력이 경주돼야 하겠지만 과학기술계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과학기술계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산업을 세계시장 점유율 30%까지 끌어올린 저력이 있다. 그러나 문화산업 분야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지나지 않는다. 한 해 성장률 8%에 이르는 세계문화산업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사실 아직껏 문화산업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은 지엽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관련 논문은 차세대 영상, 증강현실, 모바일콘텐츠 등 일부 분야에 한정돼 있다. 그런데 문화산업에서 과학기술을 통해 바뀔 수 있는 영역은 훨씬 넓다. 지난 세기 후반부터 공연무대에도 디지털 기술이 도입돼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무대 연출이 가능해졌다. 좁은 공간에서도 화려하고 입체적인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공연예술은 관객과 공연자 간 상호교감이 직접 일어나기 때문에 관객의 오감을 자극해 극에 몰입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좋은 대본과 충실한 연기뿐 아니라 무대장치, 조명, 음향, 무대의상, 특수효과 등 모든 필요한 요소를 동원해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관객의 정서적 감흥을 극대화하고 감동의 최적화를 위해선 과학기술의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음색과 잡음 제거 등을 과학기술로 다뤄 현장감을 구현하는 입체음향학 분야, 시각의 공간 확장 및 입체기술을 다루는 시각기술 분야, 공간 재구성 기술과 전자마루기술 등의 무대기술 분야, 감정 상호작용의 해석 등의 인지공학 분야…. 이런 과학기술을 무대예술에 활용하면 공연이 타깃으로 하는 기쁨, 슬픔, 분노 등 관객의 다양한 감성을 더욱 강렬하게 끌어낼 수 있다. 이런 많은 과학기술은 실제로 우리가 상당 부분 발전시켜온 것들이다. 이런 기술을 문화산업에 적용하면 IT나 자동차산업 못지않게 세계시장에 큰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류의 세계화를 위해 과학기술계가 문화산업 분야에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할 때다. 하이테크놀로지 문화산업에 과학기술계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갖고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21세기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문화산업의 육성과 발전에 과학기술이 큰 역할을 하기 바란다.

정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CT융합연구그룹장
#문화산업#하이테크#한류#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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