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간장약’으로 불리는 대웅제약 우루사의 개발과정은 그 이름처럼 한국 제약산업의 발전사를 그대로 웅변한다.
1961년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우루사 초기제품은 웅담(곰의 쓸개) 성분을 정제(분말을 압축한 알약)로 만든 것이었다. 당시 제약기술의 한계로 지금보다 훨씬 쓴맛에 목 넘김도 부드럽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형 변경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쓴맛을 없애기 위해 당의정(약 표면에 설탕을 입힌 것)으로 만들 것도 검토했지만 길고 복잡한 생산공정과 낮은 생산효율, 여름에 코팅막이 녹는 현상 등의 변수가 발행해 중간에 이를 포기했다.
한참 고민한 끝에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은 선진국 의약품을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소프트 캅셀(연질 캅셀)’을 발견하고, 이를 우루사에 적용토록 연구진에 지시했다. 이후 수년 간의 노력 끝에 대웅제약은 마침내 1974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소프트 캅셀화에 성공했다.
우루사 연질 캅셀은 예상대로 연구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웅담 특유의 쓴맛이 없어지고 간편하게 복용이 가능해지면서 우루사는 새로 출시된 지 2년 만인 1976년 국내 간장약 시장점유율의 50%를 석권했다. 우루사는 현재까지도 정제에서 연성 캅셀로의 제형 변경으로 제품 차별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주성분인 우루소데옥신콜린산(UDCA)과 비타민 B1, B2를 현탁액으로 만들어 젤라틴막에 밀봉한 우루사 연질캅셀은 물과 함께 복용할 때 캅셀이 물위에 떠 목 넘김이 좋고, 쓴맛을 차단하며, 주성분이 반쯤 녹은 상태여서 위장 흡수율도 매우 높다.
대웅제약의 장인정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제품의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1977년 ‘자동 소프트 캅셀 제조기’를 선구적으로 도입했다. 이로써 우루사는 웅담을 연상할 수 있도록 암록색과 연두색이 절반씩 입혀진 현재의 외형을 갖추게 됐다.
또 공정 자동화를 통해 수동 생산에 비해 젤라틴막을 거의 절반으로 얇게 만들어 장내 흡수를 더욱 촉진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내부함량을 균일하게 맞추고 대기온도를 정확하게 조절해 약효의 변질도 막았다.
우루사는 현재 연매출이 500억 원에 이르는 베스트셀링 약품으로, 최근 여성을 위한 ‘알파 우루사’가 새로 나왔으며 내년에는 수험생용 우루사도 출시될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우루사 출시 이후 국내 제약업계에선 연질 캅셀 제품이 크게 유행했다”며 “대웅제약의 선도적인 기술개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세계 곳곳 불밝힌 ‘대웅R&D’ 중·인도 이어 미국에도 연구소 설립
동국제약은 1968년 설립 이후 40여 년간 끊임없이 신제품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강점은 천연물 생약 추출 분야에서 25년이 넘는 연구개발(R&D)과 생산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다. 축적된 기술 덕분에 원료의약품부터 최종 완제 의약품까지 다양하게 생산해 내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동국제약은 전문 의약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제약사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전문 의약품 생산과 해외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 의약품 분야에서는 최근 들어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할 때 조직이나 혈관을 잘 볼 수 있도록 영상의 대조도를 높여주는 ‘조영제’의 하나인 ‘파미레이’, 항암제인 ‘로렐린데포’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들은 동국제약의 신성장 동력군으로 기업의 빠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수출 실적도 눈에 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 50여 개국에 완제품과 원료 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의약 선진국에 수출할 정도로 R&D 능력을 탄탄하게 키웠다”며 “수출용 의약품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제약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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