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리아]발상을 바꾸니 황금알 시장이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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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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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약재 국산화”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 제약업계에서 이 속담에 걸맞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내 제네릭 제품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일동제약 소화성 궤양 치료제 ‘큐란’이다.

소화성 궤양 치료제 중 그 효과를 널리 인정받고 있는 염산라니티딘은 1970년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후 ‘잔탁’이라는 제품으로 만들어 단기간 내에 세계 시장으로 확산됐다. 염산라니티딘은 국내에서도 1980년대 초부터 판매되기 시작했으나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당시 이금기 부사장(현 회장)은 국제적으로도 시장성이 크고 국내 원료 수입가격이 비쌌던 염산라니티딘을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후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모든 작업이 비밀리에 이뤄졌다.

일동제약연구소는 1980년 합성연구 개발에 착수했고 그로부터 2년 후인 1982년 독자적인 기술로 염산라니티딘 합성에 성공했다. 당시 일동제약의 관련 특허 등록은 국내 제약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86년 처음 발매된 큐란은 잔탁보다 가격이 저렴해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일동제약의 염산라니티딘 원료를 보호지정 품목으로 선정하고 3년간 원료 보호조치를 실시할 정도였다. 고가로 수입되던 염산라니티딘 원료 가격을 국산화를 통해 절반 수준으로 낮춰 상당한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큐란은 시장에 선보인 지 24년이 지났지만 매년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제약업계 스테디셀러다. 매년 27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일동제약의 효자제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큐란으로 대표되는 일동제약의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업계 수위를 다툰다. 일동제약 중앙연구소는 내성균, 종양, 알츠하이머병, 비만 등을 표적으로 하는 연구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2004년부터 지식경제부의 차세대 신기술개발사업으로 추진 중인 ‘세균의 펩타이드 합성경로 제어에 의한 난치성 감염증 치료제’ 개발 과제는 현재 비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시설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경기 안성공장 용지에 600억 원을 들여 최첨단 설비의 세파계 항생제 공장과 항암제 공장 2개동을 새로 지었다. 또 우수한 연구개발 기반 마련을 위해 지난해 중앙연구소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로 신축 이전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처방없이 사는 약”

LG생명과학의 ‘카리토 연질캡슐’은 전립샘 비대에 의한 배뇨장애를 개선하는 데 쓰이는 약이다. 카리토는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LG생명과학으로서는 최초의 일반의약품이다.

전문의약품 위주로 제품을 판매해 온 LG생명과학에서 카리토와 같은 일반의약품을 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전립샘 비대증이란 병원에 가서 전문의약품으로만 치료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고, 이런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숙제가 대두됐다.

하지만 약물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임상자료가 나오고, 치료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결국 카리토 개발 및 출시까지 이르게 됐다. LG생명과학 측은 “병원 방문을 꺼리는 남성의 상당수가 건강기능식품의 복용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일반의약품이 있다면 많은 남성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전립샘 비대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취침 중 소변 때문에 일어나게 되는 야뇨증이나 소변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나타나는 잔뇨감, 자주 소변을 보게 되는 빈뇨,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세뇨 등이다.

또 자주 화장실을 가게 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 50대 이상 남성의 60% 정도가 전립샘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리토는 ‘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를 주성분으로 만들어졌다. 이 물질은 고용량의 호박씨유 추출물로, 부작용의 발생 빈도가 적다. LG생명과학 측은 “급성·만성 전립샘 비대증과 관련해 배뇨 빈도를 감소시키고, 특히 야간의 배뇨 빈도를 크게 떨어뜨려 편히 잘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나타나는 급성 야간 빈뇨는 증상을 60%까지, 만성 야간 빈뇨는 48%까지 감소시킨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LG생명과학은 “전립샘 비대증은 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증상이지만 이를 방치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요폐색도 동반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전립샘 비대에 의한 배뇨장애로 고생하는 남성들의 상당수는 그저 노화의 일환이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치료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카리토가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던 환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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