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점을 운영하는 임모씨(32)는 가게에서 슬그머니 나와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도 느긋하게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아내가 전화해도 ‘당황’하지 않게 됐다는 것.
1일부터 시작된 발신자번호표시(CID) 시범 서비스가 통화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이 서비스 이용자는 아직 저조한 편.
이동통신의 경우 011 SK텔레콤에는 지난주까지 전체 가입자 1080만명 중 17만명이, 한통프리텔과 엠닷컴도 13만여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을 뿐이다.
전화기를 새로 사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정용 전화의 경우 이용률이 더 낮다. 한국통신측은 유선 전화 가입자 1600만명 중 극히 소수인 5000여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하나로통신도 700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장난’ ‘협박’ ‘스토킹’ 전화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통화 문화는 점차 바뀌고 있다. SK텔레콤 양옥렬 과장은 “전화공해에 시달리던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발신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익명의 전화 스토커들 때문에 수시로 전화 번호를 바꾸어야했던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의 최대 수혜자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전화 공세를 펴던 텔레마케팅 회사들은 이 서비스의 등장으로 영업 방식을 바꾸고 있다. M사의 한 직원은 “익명의 전화도 받는 가입자를 새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CID시범 실시일이자 만우절인 1일 허위 화재 신고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장난 전화 때문에 긴급 출동하는 일도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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