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휴대전화 '무선포털' 전쟁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7시 36분



SK텔레콤 차량장착단말기(VMT·Vehicle Mounted Terminal) 사업팀의 김영기 팀장은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교외 나들이에 나서면서 승용차에 오르자마자 VMT에 휴대전화를 연결했다.

핸즈프리 장치처럼 생긴 VMT는 인터넷 차량정보 포털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한 장치. 목소리 명령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버튼을 누르자 휴대전화 화면에 즉시 SK텔레콤의 차량정보 포털사이트에 접속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VMT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칩이 연결돼 있어 접속하는 순간 포털사이트 서버에서 가입자 차량의 위치를 파악해 길 안내를 준비한다.

길 안내 서비스를 선택한 뒤 목적지를 말하자 휴대전화 화면에 ‘화살표’ 형태로 주행경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진행 방향이 바뀔 때는 ‘200m 후 좌회전하십시오’라는 식으로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므로 처음 가는 목적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김 팀장이 주행경로를 보는 데 활용한 것은 ‘011’휴대전화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차량정보 서비스. 10월 문을 연 유·무선 통합 포털 ‘네이트’(nate.com)에 들어 있는 이 서비스는 11월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김 팀장은 상용화에 앞서 자신의 차량에 설치해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길 안내 서비스 외에도 주유소나 극장 등 주변시설물 찾기, 주행경로상의 도로교통 상황 확인에도 이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서비스 요금은 한 번 안내를 받는 데 100원 정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정보이용료를 물고 20만∼30만원대의 차량용 단말기와 전용 휴대전화를 장만해야 한다.

최근 휴대전화와 개인휴대단말기(PDA), 차량장착단말기 등을 위한 인터넷 유·무선 포털 경쟁이 휴대전화 업계에 일고 있다. 닷컴 기업의 전유물인 포털 사업에 휴대전화 사업자들이 진입하고 있는 것. 휴대전화와 PDA 등 PC가 아닌 정보기기를 이용한 인터넷 활용이 대중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유·무선 포털이란 유선상태의 PC든, 무선상태의 휴대전화나 PDA든 언제나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휴대전화 사업자들은 무선망을 보유하고 있어 무선 접속이 중요시되는 차세대 인터넷 포털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사업자들은 저마다 휴대전화와 PDA, 차량단말기, 노트북 PC 등 다양한 정보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들어 PC와 휴대전화, PDA VMT 등으로 접속할 수 있는 신개념 포털서비스 ‘네이트’를 선보여 유·무선 포털 경쟁에 불을 댕겼다. 그동안 독자적으로 운영돼 온 ‘넷츠고’ ‘OK캐시백’ ‘엔탑’ 등 인터넷 포털을 네이트 사이트로 통합한 것. 연말쯤에는 이 사업을 전담할 새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016·018’사업자인 KTF는 SK텔레콤의 ‘네이트’에 맞서 PDA 전용 포털 ‘PDA매직엔’(pda.magicn.com)을 열었다. 기존 유선 포털인 ‘매직엔’(www.magicn.com)의 콘텐츠를 무선 인터넷 용도로 가공해 PDA에서 e메일 게임 증권 등의 무선인터넷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이에 따라 PDA에 휴대전화 모뎀을 장착한 KTF 가입자들은 무선으로 전용 포털에 접속해 그림이나 음악, 문자 등의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다. PDA로 게임을 하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도 있다.

‘019’사업자인 LG텔레콤은 휴대전화와 PC 사용자를 위한 ‘이지아이’(www.ez-i.co.kr) 포털을 통해 PDA용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음악, 뮤직비디오, 영화예고편 등 PDA용 콘텐츠를 별도로 마련했다. 최근에는 현대종합상사와 제휴해 ‘무선 PDA포털’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유·무선 포털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LG텔레콤은 또 동기식 IMT-2000 컨소시엄 참여사인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등 유선사업자들의 통신망과 서비스를 접목한 통합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 휴렛팩커드의 ‘쿨타운’, AOL의 ‘AOL애니웨어’ 등 세계적으로 유·무선 통합환경 구축붐이 일고 있다”며 “휴대전화 업계의 유·무선 통합포털 경쟁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이 같은 통합추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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