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상은 지난 1975년 설립된 이후로, 세계 컴퓨터 관련 시장, 즉 운영체제 시장과 응용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각각 82%와 94%를 지배하며 미국 경제를 견인해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치를 생각해볼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를 운영체제 중심과 응용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2개의 회사 체제로 분리하고 양사가 향후 10년간 연관관계를 갖는 것을 금지하는 이번 제안의 목적은, 정부가 자유경쟁 원리에 입각한 시장에 추가로 개입하는 여지를 없애는 것은 물론, 관련시장의 다각화 구도에 의해 각 기업간의 경쟁을 촉진시켜 관련기술의 진보와 안정적 가격의 유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 21세기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의 "정보의 빈부격차(Digital Divide)"라는 현실적 모순을 극복하여 보다 풍요로운 미래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조치가 현실적인 부분에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그것은 미국 내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지하고 있는 지배력에 의해 불고 있는 여론의 향방(찬성 9%, 반대 53%, 프린스턴 여론조사협회), 즉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이 곧 기존에 익숙하던 컴퓨팅 환경의 표준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나 미 국회의원들의 반발, 그리고 다가오는 대선이라는 변수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LA타임즈의 사설이나 MIT공대 폴 크루그먼 교수의 "미정부가 제출한 이번 분할안이 여전히 남아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지배력을 막기 어렵다."라는 지적 속에서 볼 수 있듯, 이번 제재안이 예측처럼 단순한 기업분할만으로는 세계 경제나 컴퓨터 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좀더 설득력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난 97년 미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이래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과 자본금이 그때에 비해 각각 61,2%, 300% 증가한 사실이나 빌 게이츠가 각종 회의나 전시회 석상에서 밝혔듯이 이제 세계 컴퓨팅 환경은 신클라이언트 컴퓨팅(Thin Client Computing)에 의해 "Personal Web"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영역이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무선서비스를 포함한 인터넷 서비스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고, 범세계적 포탈 사이트인 MSN의 세계시장 독점을 위해 소스의 공개는 물론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각종 응용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보급하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이지 당연한 수순이라는 예측을 통해 쉽게 이해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패소판결 직후 각종 언론을 통해 자사의 정당성을 호소하는 한편 인터넷 익스플로어나 포켓 PC 등과 같은 신제품의 출시나 모빌 인터넷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그리고 MSN 가입고객을 위한 프로모션 정책 등을 내놓은 것을 보면 위의 예측이나 전망이 결코 설득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오라클의 CEO인 로랜스 엘리슨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번 조치가 단순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재 방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각 기업들이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는데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라며 "중요한 것은 제재조치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이번의 조치를 통해 미국을 제외한 유럽이나 중국에서 보여지고 있는 가시적 성과를 계기로 삼아 리눅스로 대별되는 같은 비윈도계열의 제품들이 IBM 등과 같은 대규모 기술공급 업체들의 참여를 통해 상대적인 확대된 시장점유율을 통해 좀더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각자가 지닌 경쟁 우위의 요소들을 발굴하고, 보다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다양한 마케팅의 추진을 위한 새로운 정책들의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리해보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이번 제재조치는 단순히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계기 혹은 돌파구일 뿐, 그들의 지배력을 약화시켜 그들의 몰락과 더불어 리눅스를 비롯한 대안 소프트웨어의 성공을 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번 제재조치 역시 원론적으로 볼 때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기초라 할 수 있는 "시장 질서"로 회귀를 통해 "상대적 모순"을 해결해나가는 "시장 원리"에 충실하려는 과정이기에 이번 조치의 결과는 결국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 시장의 경쟁 속에서 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느냐는 기본적 문제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경쟁력의 확보는 급속도로 확산되어 가며 그 파급력으로 인하여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와 "장벽과 제한이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여 정보를 평등하게 제공받고 공유"하고자 하는 그 문화에 누가 더 쉽고 빠르게 적응하고 안착하는가의 문제에 달려있을 것이다.
경낙영<동아닷컴 인터넷 기자>torra@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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