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벤트]IT@NK 북한워드 SW "창덕"

  • 입력 2001년 3월 5일 10시 20분


북한의 워드프로세서 ‘창덕’에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지정된 단축 키를 누르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 등의 이름이 굵은 큰 글씨체로 떠오른다. 그들의 이름을 다른 글자보다 굵게 처리하는 ‘규정’ 때문이다.

‘창덕’은 남한의 ‘아래아한글’에 해당하는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북한 중앙방송에 따르면 86년 첫 개발이 완료돼 작년말까지 6개의 버전이 나왔다. 창덕은 원래 만주에 살던 김일성이 ‘배움의 천리길’ 끝에 입학한 평양 소재 민족학교의 이름.

도스(DOS)용에서 출발한 창덕은 96년 4판부터 윈도용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여러 개의 문서를 동시에 편집할 수 있고 표만들기, 그림 삽입 등 아래아한글과 거의 비슷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한자변환과 일본어, 러시아어, 그리스어 등 외국어도 지원한다. 아래아한글에는 없는 기능인 ‘잘라 복사하기’, ‘잘라 붙이기’ 기능도 눈길을 끈다.

창덕은 ‘Ctrl+I’와 ‘Ctrl+ K’, ‘Ctrl+J’등의 단축키를 누르면 김일성, 김정숙(김일성의 첫 부인이자 김정일의 생모), 김정일의 이름이 크고 진하게 나온다. 북한에서는 공문서를 만들 때 이들의 이름을 굵은 글씨체로 처리하기 때문. 이들의 이름은 키보드로 입력해도 자동으로 굵게 변한다.

글꼴(폰트)은 옥류체, 봉체, 붓글체 등 조선콤퓨터센터가 자체개발한 20여개의 글꼴이 들어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남한의 궁서체를 닮은 옥류체. 노동신문의 제호도 이 글꼴이다.

자판 배열도 남한과 다르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북한은 키보드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키보드에 한글이 새겨져있는 것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북한IT연구가인 전병길씨(서강대 대학원)는 “창덕은 한글 윈도와는 호환성이 없지만 영문이나 일본어 윈도에 조선어 입력 프로그램인 ‘단군’을 설치하면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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