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의 ‘돌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설마’했던 중소기업들은 불쑥 들이닥친 단속반과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다. 이번 단속은 김대중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정보통신부 업무보고 때 특별단속을 지시하면서2일 시작됐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벌어지고 있다. 4개 단속반을 투입한 서울경찰청은 11일 현재 33개 업체에 대해 단속활동을 벌여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중인 27개 기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단속현장〓일부 단속반은 곧바로 사장실부터 점검하려다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단속반은 미리 준비한 불법소프트웨어검색프로그램을 이용, PC를 검색하고 있다. 통상 PC 1대에 1분내로 검색을 끝낸다. 단속은 검찰이 대상기업 명단을 작성, 진행하고 있으며 대상은 주로 60∼70대 이상의 PC를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PC에 회사 기밀이 들어 있거나 중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면서 “범법자를 대하듯 단속을 하는 것은 몹시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정품을 구입, 설치했으나 원본 CD를 분실한 기업마저 불법복제로 다그쳐 말싸움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컴퓨터 제조업체 등에 확인하면 정품 구매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치밀하지 못한 단속방법을 지적했다.
▽단속의 실효성〓예전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단속이 진행되면서 MS 등 소프트웨어업체에는 정품 구입문의가 쇄도하는 등 불법 소프트웨어 근절에 적지 않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의 경우 정품소프트웨어 구입의뢰 건수가 단속이전보다5, 6배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 또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은 거의 단속대상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힘없는 벤처기업만 못살게 군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단속대상 프로그램이 MS 등 외국 대기업 것으로 국내 소프트웨어는 이번 단속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이번 단속의 실속은 외국업체들이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말 단속을 당한 한 업체의 관계자도 “단속반이 MS 윈도 등 외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사하면서 ‘한글 워디안’ 등 국내 회사 제품에 대해서는 보여달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속 부작용〓단속 주체들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합동단속반에 참여중인 기관은 정보통신부와 행정자치부 검찰 경찰 등. 정보통신부는 11일 “민간 이익단체인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가 임의로 단속에 참여해 당국의 단속에 대한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등 잡음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단속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한 업체 사장은 “지난주부터 전 직원(100여명)을 동원해 컴퓨터를 포맷하고 MS 오피스 200대를 3년 간 1억5000만원에 계약해 다시 설치했다”면서 “뚜렷한 기준이 없다보니 얼마를 더 쏟아부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일정기간 무료사용이 가능하도록 인터넷에 공개된 평가판을 사용하는 경우까지 불법복제로 단속하는 경우가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천광암·최호원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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