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있다]"한국처녀 OK!"
인도에서 온 프로그래머 '사티야 카말 나얀'

  • 입력 2001년 4월 20일 16시 54분


사티야 카말 나얀(24). MS 라마야 공과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두달 전 동료 2명과 함께 한국땅을 밟았다. 유니텔 전자지불시스템(Billing System) 개발직에 취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오전 7시에 일어나 간단한 빵으로 요기한 뒤 걸어서 출근한다. 거리풍경도 익힐 겸 구태여 차를 타지 않는다. 사는 아파트는 유니텔측이 제공했다. 처음엔 두렵기도 했다. 한국이 정보기술(IT)분야에서 많이 발전했지만 언어소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이야기 때문. 하지만 큰 불편은 없다고 했다. 한국 직원들도 영어로 된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기본적인 영어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만국공통이니 더더욱 문제가 없다.

회사 동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도 마음이 놓인다. 같은 아시아권이라 문화적으로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가 됐다.

퇴근 시간은 6∼7시. 저녁은 보통 동료들과 함께 집에서 만든 인도 음식으로 해결한다. 주말엔 한국의 문화체험에 나선다. 지금까지 이태원과 경복궁, 가락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한국 분위기를 익혔다.

나얀씨가 받는 급여는 비슷한 경력의 한국 인력의 70%선. 급여는 달러로 받는다. 동료들과 함께 기거하는 아파트 전세 비용과 휴가 때 고향을 방문할 항공료는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나얀씨의 봉급은 인도에 있을 때보다 30∼40% 정도 많다.

한가지 불편한 점은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외식을 할 때 곤란을 겪는다는 점. 인도와 달리 한국에선 채식전문 음식점을 찾기가 힘들다. 얼마 전부터는 인도음식과 비슷한 김치볶음밥 등 입맛에 맞는 한국음식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의 IT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인 것 같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실력도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계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 인력들이 좀 더 영어 실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누구나 가능하지만요. 자기 의사를 충분히 표현 못하면 실력만큼 대우받기가 힘들거든요.” IT 해외진출 선배로서의 조언이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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