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스포츠, 롤플레잉 등의 전통적인 게임 장르 어디에도 분류할 수 없는 '프리 장르'라고 불리는 이들 게임들은 액션이 있는가하면 전략이 필요하고 때로는 롤플레잉 요소도 가미돼있다.
◆어떤 게임들이 있나=대표주자는 라이언헤드스튜디오의 ‘블랙앤화이트’.
지난 7일 출시된 이 게임은 게이머가 조물주가 되어 인간 세상을 만들어 가는 내용. 마우스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게임을 하면서 이메일도 받아볼 수 있는 독창적인 요소들이 여기 저기 가미돼있다.
이 게임은 지난해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에서 비디오게임 및 PC 게임 통합 최우수상을 받았다.또 IGN.COM이나 게임스팟 등 유명한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도 최고 득점을 기록할만큼 이미 검증된 제품.
지난해 미국내 최대 히트작이라고 평가되는 ‘심즈(Sims)’도 도대체 장르가 뭔지 알 수 없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총과 칼이 난무하는 보통 게임에 비하면 심심해보일 정도로 단순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게임내용의 전부다.
이웃과 친하게 지내고 직장에서 승진하고 TV 등을 보면서 일상에 젖어 드는 사이에 게이머는 게임속의 주인공이 된다.
일본 덕간서점이 만든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인 ‘돈데모 크라이시스(Incredible Crisis)’는 할머니의 생일날 가족 구성원들의 귀가길에서 일어나는 황당한 에피소드 들을 미니게임으로 묶어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출시 당시 일본에서 일류게임이 아닌 ‘B급 게임’으로 분류됐으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세가의 ‘드림캐스트’용 게임으로 나온 ‘센무’ 역시 ‘프리 장르’를 표방하고 지난 99년과 2000에 일본, 미국에서 각각 출시됐다. 추리, 어드벤쳐, 액션, 롤플레잉 등 각 장르의 장점을 조화시켜 만들어진 이 게임은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표현된 그래픽 등으로 게이머 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자기가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이 되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나의 요리’나 힙합, 그라피티, 인라인스케이트 등 길거리 문화를 소재로 한 일본 AM6의 ‘젯셋라디오’, 퀴즈를 소재로 한 국내 업체 넥슨의 ‘퀴즈퀴즈’ 등은 대표적인 ‘장르 파괴’ 게임이다.
◆왜 인기인가=장르에 구애를 받지 않는 이런 게임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존 장르의 게임들이 그래픽만 약간 다를 뿐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고 진행방식도 천편일률적이라서 ‘재미’가 없다는 것.
한 예로 '워크래프트'라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방식은 스타크래프트, 레드얼럿 등 외국게임 등에 크게 변한 것 없이 적용되어 왔고 국내 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 아마게돈 등도 크게 다르지 않아 ‘그게 그거 같은’ 느낌을 게이머들에게 주는게 사실이다.
게임제작사들이 많아지고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기존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프리 장르’ 탄생의 이유다. 3D 그래픽기술의 발전과 300Mhz의 그래픽 처리 장치를 쓰는 플레이스테이션2의 등장으로 게임 제작자들의 상상력이 한계를 받지 않고 표현될 수 있게 됐다.
게임의 ‘프리 장르’ 경향과 국내 개발사 등의 동향에 대해 게임 개발 업체 넥슨의 정상원 대표는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인 ‘재미’를 위해서 장르는 파괴될 수 밖에 없다”며 “국내 게임업체 대부분은 전략시뮬레이션 등 잘나가는 게임을 만들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독특한 게임을 만드는 업체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양희웅<동아닷컴 기자>heewo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