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삼국지8 리뷰

  • 입력 2001년 10월 28일 19시 20분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기 전만 해도 국내에서 제일 인기있는 게임은 단연 일본 코에이의 ‘삼국지’였다. ‘삼국지’는 국내 게임팬들에게 아직도 인기있는 ‘고전’에 속한다.

일본에서 ‘삼국지’가 처음 발매된 건 1985년이지만 국내에선 정식 출시되지 않았고 89년에 나온 2편이 5년뒤인 94년에야 비로소 한글판으로 나왔다.

‘삼국지’ 붐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건 94년 3편부터. 마우스가 지원되고 비주얼적인 측면이 대대적으로 보완돼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이 게임 때문에 밤샘한다는 얘기들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95년 4편에 이어 96년 윈도우용으로 출시된 5편은 메인 화면이 완전히 달라지고 그래픽도 한 차원 발전하는 큰 변화를 보였다. 그리고 6편을 거쳐 7편부터는 유비, 조조, 손권 등의 군주가 아니라 일반 장수로도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출시된 8편은 7편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시스템은 전략 커맨드와 개인 커맨드로 나뉜다. 전략 커맨드에서는 3개월에 한 번씩 ‘평정’을 열어 전체 방침을 정하고 외교, 인사, 첩보 등 전략을 결정한다. 이어 개인 커맨드로 넘어가 농지 개간이나 기술 발전 등 부여받은 임무를 하고 개인 수련을 하는 한편 장수들 사이의 친목도 도모한다. 7편보다 해야 할 일이 늘어났지만, 커맨드를 두 개로 나눠놓은 덕에 플레이하기는 오히려 덜 복잡하다.

8편에서는 7편부터 도입된 ‘일반 장수 플레이’가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군주가 되어 모든 걸 내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것도 좋지만, 무지한 군주에게 간곡한 진언을 올리며 나라를 어떻게든 올바른 길로 이끌어 나가려고 애쓰는 게 뜻밖의 재미가 있다. 유선을 보좌하며 강대한 위나라와 맞서던 제갈양의 심정이 딱 이런 게 아니었나 싶다.

특히 무명 장수로 출발하면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진언을 해도 늘 거부당하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도 무시당한다. 하지만 쉬지 않고 단련에 정진하다 보면 어느덧 관우나 조자룡, 제갈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설 수 있다. 명성과 공적이 쌓이면 군주는 내 말 한마디에 모든 걸 선선히 결정하고 하후연이나 육손 등 유명한 장수와 어느덧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된다.

‘삼국지’는 꾸준히 발전하는 착실한 시리즈다. 그런다고 꼭 더 재미있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편에서 불편했던 것들이 개선되고 새로운 도전이 행해진다. 난세를 통일하는 전략적 재미 말고도 8편에서는 난세의 인간으로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재미가 더해졌다.

박상우(게임평론가)

SUGULMA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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