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더스클럽]공정위판결,온라인도서정가제가 없앨수 있을까?

  • 입력 2001년 2월 22일 16시 12분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미있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온라인 서점에 도서공급을 중단하고 할인 판매를 방해한 출판인회와 종합서점 상조회의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교보등 대형서점과 출판사들이 책값을 깎아주는 온라인 서점들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은 잘못이니 고쳐라는 뜻입니다.

'경제검찰'이라는 막강한 공정위인만큼 이번 결정에 대해 고객이나 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공정위도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단체의 경쟁제한행위는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며 "앞으로 디지털경제에서 발생하는 경쟁제한행위에 대해서는 적극 시정해 나갈 방침"이라는 엄포까지 놓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정명령이 내렸는데도 업계에서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정명령을 받은 대형서점측이나 온라인서점측 모두 공정위의 판결로 온라인도서정가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 않는 듯합니다.

우선 대형서점과 출판사측은 비록 시정명령을 받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반성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출판인회는 "도서 정가제는 공정거래법상 허용되는 행위" 이며 "시정명령에 대한 행정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온라인 서점측도 큰 기대를 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북스포유의 오완영 사장은 "이전에도 공정위가 오프라인 서점사이에서 발생한 도서재판매 가격 유지 강요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린적이 있지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도서유통 시장에서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이끌어 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온라인서점 알라딘도 앞으로 고발 등 적극적인 활동보다는 공정위의 조사 활동이나 증거수집 절차에만 참여할 예정입니다.

결국 온라인 산업을 키우려는 정부 정책이 오프라인의 전근대적인 유통망에 부딪혀 힘을 못쓰는 형국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결코 적대 관계가 아닙니다. 오프라인이 현재의 덩치만 믿고 온라인을 무시하다가는 시대에 뒤떨어지게됩니다.온라인서점들 역시 출판사들까지 나서 할인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종우<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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