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 김정일이 콕 집어낸'린다김 스캔들' 통해 본 중년남성의 외도 심리중년의 늦바람인가 잃어버린 순수의 부활인가“린다 김 사건을 보면서 떠오르는 첫 느낌은 ‘꽃뱀에게 농락당하는 사회’입니다. 나 역시 재미교포 꽃뱀에게 당해 본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우리 나라의 닫힌 분위기입니다.눈치보고 체면차리고 온갖 폼 잡는 데만 열중하다가 감정이 억압돼 감정의 발달과 성숙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점이지요.
그래서 어느 순간 성녀를 가장한 창녀에게 빠져들어 패가망신을 당하고 마는 것입니다.평소에 열린 감정으로 솔직하게 살면 감성이 세련돼져 유혹도 물리칠 수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권위적인 분위기나 억압적인 법 풍토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환자와의 간통 사건으로 피소됐던 경험을 가진 신경정신과 의사 김정일씨는 린다 김에 연루된 고위 인사들과 일말의 동질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잠시 김정일씨의 경우를 기억해 보자면김정일씨는 지난 97년 ‘아내가 정신과 의사 김정일과 간통했다’고 주장하는 재미교포 A로부터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바 있다. 그에 대해 김정일씨는 A씨아내와의 ‘부적절한 관계’사실을 일부 시인하고 A씨와 그의 아내를 ‘꽃뱀 사기단’으로 맞고소를 했다. 이후 사건은 쌍방이 고소를 취하하고 합의하는 선에서 일단락되었다.
◆ 시들은 남성에 뒤늦게 꿈틀대는 생명력 불러“나는 언젠가 너의 붉은색이 감도는 눈망울과 그 가장자리를 적셔내리는 눈물을 보고 너는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믿게 되었다.”“조용히잠자리에 들 때 한 번씩 (린다를)생각하오.그것은 린다의 편지에서도표현했듯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완벽한 심정적 일치’를… 기적적인 해후처럼 쌍무지개가 서는 것처럼 눈빛에서 일어났던 것이오.”“산타바바라 바닷가에서 아침을 함께 한 그 추억을 음미하며…안아보고 싶다.”“린다의수정처럼 투명한 솔직함은린다의 현재를 의심할 만큼 믿기어려운 것이오. 린다의 어린애처럼 정을 보채는 것은 린다의 미를 부정하리만치 순수한 것이오.”“편지말미에 린다의 결론, ‘당신을 사랑해요’가 모든 것을 감싸고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년의 사나이들이 사춘기 소년 같은마음으로 열에 들뜬 채 편지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옮겨놓았을수줍은고백의 언어들이다. 그러나 희끗한 머리카락을 감추고 싶었을 그들의 순정은 무참하게 짓밟혔다. 이에 김정일씨는 ‘수정처럼 투명한 솔직함’을 가장한 속셈을정확히 보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한다.로비스트의최대 목표는 비즈니스일 터. 김정일씨의 분석에 의하면 상대방은 실로 전직 장관의 제2의 인생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저녁 노을의 우수 속에 떠올려달라’고사정을 하는 것이 오늘의중년 남성의 순수한(?) 일면이라는것이다. 일만 하면서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인생. 어느순간 돌아보면 누구를 위한 삶인지,흘려버린 젊음에 대한 아쉬움과근원을 알 수 없는 공허함에 빠지게되는 것이 중년의 삶이다. 바로 그러한 심리적 공황기가 새로운여성과 사랑에 쉽게 빠지게 되는 시기다.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한다싶으면 꼭 육체적 관계가 우선되지 않더라도 진한 사랑의 느낌에 빠져들게된다는것. 기본적으로 중년 남성은 자신의 생명력이 다해가는 것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고한다. ‘얼마후면 노인이 된다,내지는 이대로 허망하게 인생이 끝날 것이다’라는 허전함과 불안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시기가 바로 중년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세월의 풍화작용 속에 메말랐을것 같은 사랑의 감정이 어느 날문득 피어오를 때 중년 남성들은 새삼스레 자신의 시들은 남성에서꿈틀대는생명력을 느끼게 된다.그리고 불안감에서 벗어나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슴속 깊은 곳에서 로맨틱한 감정, 즉 에로스 본능을 더욱 강렬하게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중년 남성들이 처자식, 명예, 현실을다 무시하고 한 여자에게 빠져들게되는이유는 바로 생명력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같이 살아온 대로 눈치보고 억압받아생명력이 시드는 것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는 초조함에 사로잡히는 것이지요. 바로 그럴 때 기적(?)처럼 나타난 매력적이고 발랄한 여성에의해 억압되었던 생명력이 뒤흔들리고그 생명력은 신선하고 새로운 삶의 기운과 뜨거운 의욕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것은 마치 20~30대초반의 젊음과 열정을 고스란히 되돌려받은 것처럼 너무도 소중한경험이 되는 겁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고라도 여자를놓치고싶지 않은 것입니다.이용당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구원의 여신인가 돈독 오른 꽃뱀인가특히 정치인이나 사업가 등 출세지향적인 사람일수록 성공을 향한 과중한 스트레스와 경쟁으로 인한 단절과소외의 고독감이 더욱 클 수밖에없다. 따라서 뒤늦게 찾아온 사랑의 유혹은 폭풍의 격랑처럼 그들을 덮쳐 헤어나오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언론에 공개된 편지들을 보면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린다 김을 엄청 칭송하고 있습니다. 첫사랑에 빠진 소년이기라도한 듯, 구원의 여신이라도만난듯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그것은 그녀가 그들의 억압된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주위에떠도는 가식과 체면, 음모와술책 등과는 전혀 다른 솔직하고순수한 모습으로 접근했겠지요.우리 사회는 전혀 솔직하지 못합니다.감정이 억압되어 온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의 대부분은 순진한 어린애 같아 농락당하기 쉬운 타입들입니다. 그렇게 억압된 감정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끙끙대고 눌러야하니 굳고 화난 표정이 많은 것이기도하구요. 그런데 바로 그러한때 상큼하고 귀족적인 한 여자가 떠오르는 대로 말하고 지나치게 솔직하고행동 또한 담백하고 대담하며 거기에 눈물까지 적절히 가미한다면 어느 한국 남자인들 혹하지않겠습니까?
저도 교포 꽃뱀이 진정한 사랑인 줄 착각에 빠졌을때 그녀에게 26편의 시를 써서 바쳤었지요.”김씨는 체면과가식, 눈치보기에 급급한 사람들의 억압된 감정은 솔직한사람을 만났을 때 영혼이 끓어오르는 충격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을 자신의 주변에서 쉽게만날수 없었던 것이 그 주된 이유.
한편 남성 고민 상담 창구인 ‘아버지의 전화’(정송 소장) 등 일부 상담 전화에 뒤늦게 새로운 사랑을 느껴 고민하는 남성들의 전화 상담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요즘 중년 남성들의 세태가 잘 반영된 현실이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영혼이 끓어 칭송하는편지를 보낸 데 비해 린다의답장은 덕분에 사업 잘 하고 있으니‘네 인생은 네가 알아서 해!’입니다. 솔직하게 눈물 흘리며 구애 하던 것은 까마득히 잊은 것이죠. 글은 복잡하지만 분명히 ‘바이바이’입니다.사업을 끝낸 그녀에게 로비한 남자는 이미 안중에 없는 것이죠. ‘내가 왜 니들에게 일일이 신경 써줘야 해! 나 좋다는 남자가 널렸는데…’ ‘너 지금 도대체 몇 살이니?’ 아마 그녀를 더 자기 곁에 붙들려고 하면 그녀는 비웃으며 그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김씨에 의하면 많은 이성 경험을 해서 감정 발달이 잘된 바람둥이들은이성에 대한 천부적인 적응 감각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감정은 자연계에 오랫동안 적응해온 잠재된에너지로 그 에너지를 잘 활용하게 되면 무수한 자연변화에 순발력있게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상대가 순수를 원하는지, 섹스를 원하는지, 우아함을 원하는지 순간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중년들은 순수함과 솔직함과는정반대 분위기의 사회를 살아왔습니다. 순수하고 솔직해서는 이 거대한 거짓덩어리의 권위주의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그 결과 나이들어 순수하고 솔직해 보이는 여자를 만나면 정신없이 빠져들고 말지요. 답답하게 쌓아놓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답답하게 같이 살아온 여자인 아내에게는 별 흥미를느끼지못할 수도 있습니다.눈치보고 체면차리고 참고 기다리는 아내에게서는 여성으로서의 매력을느끼지못하는 것입니다. 함께 살기에는 무난할지 몰라도 성욕과 사랑을 자극받지 못하는 것입니다.”김씨에의하면우리 나라의 중년 남성들은 잃어버린 순수, 솔직함을 다시 찾고 싶어한다고.눈치보며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던 세월에서 벗어나 하염없이 자유롭고 싶어한다는 것.
“린다 김은 전직 고관들에게 억압되었던 중년 남성의 본성, 젊은 날의모습을 되찾아주었을지 모릅니다. 그 대가로 그녀가 얼마만큼의 이득을 챙겼을지 모르지만 남자 입장에서는소중한 생명에 신선함을 더했기에 기꺼이 명예를 팔아 치울 수 있었던 것일 겁니다. 린다 김의 사건을 보면서 되풀이 강조돼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성숙한 문화분위기, 감정의 표현 분위기입니다. 걸핏하면틀에가둬 매장하려 하지 말고 감정의 발산, 거리낌 없는 표현,개개인의 본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합리적인 제도 등이 구축돼야 할 것입니다. 미국에서 온 한 여자 때문에 나라가 뿌리째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3
◆ 남성심리 전문가 정혜신이 말하는 중년 남성이 '외도에 잘 빠지는 이유' 중년 남성들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특징은 ‘감성화 경향’이다. 늘바깥일에만 신경을 집중한 채 전투적인 삶을 살아가던 남자가, 어느날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것도 이때의 일이다. 의존성이 늘어나고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이되살아난다. 여하간 이런 중년 남성 현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인간사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심리적 동요다. 남자들은30대 초반까지는 교육을 받고 직업을 선택하여 실생활의 기반을다지고 결혼하는 등 삶의 외형적인 틀을 갖추는 준비에 모든 에너지를 투입한다. 그 결과 삶의 외형이 어느 정도 잡힌 사람들은 앞으로 자신의 에너지를어디에 쏟을지 몰라 방향을 잃고정신적인 공황에 빠지게 된다. 이때 남자들은 일 중심의 가치관을 넘어서 자유로운 내면적 자아를 탐구하기시작한다.
이러한 중년의 변화는 심리적·생물학적으로도 입증된다. 원래 남성의 몸 속에는 다량의 남성호르몬과 아주 소량의 여성호르몬이있고, 여성은 그 반대다.그런데 묘하게도 30대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남자에게는 남성호르몬이감소하고 여성호르몬이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예민하고 감성적인성격으로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이시기에 남자들의 외도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누군가와 밤새워 얘기를나누고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고백하는경우가 의외로 많다. 자신에게 철이 없다거나 어린애 같다고 비난하지 않으면서 공감하며 얘기를 들어줄 상대를 갈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욕구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간 남자들은 억세고 공격적이며 현실적으로 변한 아내를 만날 가능성이 많다. 그럴 때 그들의 마음은 밖으로 치닫게 된다. 중년 남성이 외도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끓는성욕을 못 이겨 젊은여자나찾는 중년의 찝찝함 정도로 매도하지만 그들이 털어놓는 속마음은 바로 그런 것이다.
정혜신<신경정신과 마음과 마음 원장 02-415-8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