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판매1년]'고개숙인' 남성들 "어깨펴고 삽니다"

  • 입력 2000년 10월 8일 19시 08분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인테리어 유모사장(43)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비아그라 예찬론자다. 1년 전까지 심인성(心因性) 발기부전 환자로 남몰래 가슴앓이를 했지만 이제는 당당하다. 비아그라 한 알을 먹고 30분 정도만 지나면 ‘남성’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발기 주사를 놓기 위해 아내 몰래 화장실에 갈 필요도 없고 주사를 놓을 때 ‘따끔한 고통’에서도 해방됐다.

15일은 국내에서 비아그라가 공식 판매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화이자사는 지난해부터 1년 동안 180억원 어치 정도 팔았다고 밝혔다. 한 알에 1만∼1만2000원이니까 최소 150만∼180만 알 정도가 팔린 셈이다.

보통 ‘괜찮은 신약’이 들어오면 첫해 10억원 정도, 다음해 20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에 비해 엄청난 판매량이다.

비아그라는 처음 시판 때 ‘오남용 우려약물’로 지정돼 ‘심혈관질환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었다. 그것도 20세 이상 남자가 약국 1회 방문시 2알, 월 최대 8알 까지로 제한됐다.또 처음에는 부작용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복용을 꺼리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은 의약분업실시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심혈관 질환에 관계없이 의사가 처방전만 떼주면 제한없이 구입 할 수 있다.

화이자사의 마케팅부 김선빈과장은 “비뇨기과 뿐만 아니라 내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등의 의사들에게 판촉전을 펼쳤고 사용한 환자를 통해 약효와 안전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올해 2월부터 처방건수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사는 현재 25㎎, 50㎎ 짜리 두 종류 만 팔고 있는데 조만간 100㎎ 짜리도 내놓을 예정이다.

▽고개숙인 남자〓국내 발기부전 환자는 약 200만명. 세계적으론 약 1억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1994년 미국 메세츄사츠의대 연구결과에 의하면 미국인 40∼70대중 52%가 발기부전.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교수가 지난해 가을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40∼79세 남성의 12%가 발기부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중 3.3%만이 병원에 찾아 치료를 받았다는 것.

▽주사에서 먹는 약으로〓1년전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발기부전 환자의 80∼85%에게 트리믹스 등 주사제를 처방했다. 나머지는 요힘빈 등 약물요법이나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사용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음경물 보형삽입 수술’을 택했다.

비아그라는 등장과 함께 주사제의 70%를 대신하면서 의사들의 ‘1차 처방약’으로 자리잡았다.그러나 TV란 강력한 매체가 등장했음에도 라디오가 살아남았듯이 주사제의 위력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교수팀이 트리믹스를 썼던 발기부전 환자 41명에게 비아그라를 먹여본 결과 27명(65.8%)이 두 가지 치료제에 양호한 반응을 보였다. 이중 20명은 트리믹스의 발기효과가 비아그라보다 좋다고 응답했다. 6명은 효과가 비슷했고 1명만이 비아그라의 효과가 좋다고 답했다. 또 13명은 트리믹스에는 양호한 반응을 보였지만 비아그라에는 별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19명이 비아그라를 선택했다.

한편 비아그라 부작용으론 7명(17.1%)이 복용후 두통을 호소했고 또 다른 7명은 안면홍조 현상을 보였다. 시야장애 현기증 근육통이 각각 1명씩 발생했다.

▽치료의 신개념〓‘다른 발기유발제와 함께 쓰지 말라’. 비아그라 박스 겉면에 적힌 문구다. 그러나 호주의 비뇨기과 의사 크리스 맥마혼은 지난해 말 미국 비뇨기과학회에서 “주사제나 비아그라에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비아그라와 함께 주사제를 처방한 결과 31%가 발기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주사제+먹는 약’이란 새로운 치료법으로 등장한 것이다.

▽뜨거운 발기유발제 시장〓비아그라는 잠잠했던 세계 발기유발제 시장을 후끈 달궈놓았다. 비아그라가 ‘기적의 명약’으로 불리면서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발기유발제 개발(표 참조)에 나선 것이다.

미국 애보트사는 지난 4월 ‘프로빔(Provim)’이란 상품을 공개하면서 비아그라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원래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됐던 프로빔은 혈관에 작용하는 비아그라와는 달리 뇌의 해마 등 신경계에 작용, 발기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발기를 유발한다. 혀밑에 넣어 녹이면 15∼20분이면 발기효과가 나타난다.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릴리 아이코스사는 비아그라보다 발기효과가 빠른 ‘슈퍼 비아그라’인 IC351을 개발중이다. 두통 요통 소화불량 등이 부작용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바이엘사도 비아그라에 필적할 만한 발기유발제를 2002년 중반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FDA의 공식 승인을 받은 약은 비아그라가 유일하다. 비아그라를 개발한 화이자는 코로 흡입하는 비아그라와 당뇨병 심장병 환자도 먹을 수 있는 비아그라를 조만간 내놓아 현재의 절대우위를 지속시킨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당분간 ‘비아그라의 전성시대’는 계속 될 전망이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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