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사 자연분만 기피, 입원수가 높은 제왕절개 선호

  • 입력 1999년 3월 23일 18시 39분


「전체 출산의 21%를 차지하는 제왕절개수술 비율을 2000년까지 15%로 낮추자.」

미국 보건사회부가 95년부터 벌이고 있는 캠페인. 국내 종합병원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산모나 태아의 목숨이 위태로운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상분만을 시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그럼에도 국내 제왕절개수술의 비율은 선진국의 두 배 이상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왕절개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는 전체 분만 중 10∼20%. △태아의 건강상태가 나쁘거나 위치가 잘못된 경우 △태반이 자궁입구를 가리고 있거나 출산 전에 자궁에서 떨어진 경우 △난산(難産)이 이에 해당한다.

제왕절개수술을 받은 산모의 1∼2%는 자궁에 상처가 생겨 자궁이 다른 장기와 들러 붙게 된다. 제왕절개수술을 두번째 받을 때나 자궁근종 수술을 받을 때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또 정상분만보다 피를 많이 흘리며 요로 등이 쉽게 감염된다.

비용(약 19만원)도 자연분만(약 4만원)보다 많이 든다. 정상분만을 하면 출산 1,2일 후 퇴원하지만 제왕절개수술을 받으면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12시간 이상 진통이 계속될 경우 정상분만을 유도하려면 의사가 매달려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4만원의 수가를 받으며 이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모씨(30·직장인)는 “산모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사들이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정상분만을 피한다는 것은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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