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정원씨 마음 한구석엔 이미 생각해둔 분만법이 있었다. 98년 미국 브로드웨이의 재즈댄스학교 ‘스텝스’에서 무용을 배우던 시절. 5개월쯤 된 유아를 안고 ‘처녀 몸매’로 재즈댄스를 배우는 미국 여성을 봤다.
‘어떻게 몸관리를 했길래?’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수중분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수중분만을 해주는 국내외 병원을 물색하던 중 박문일교수와 ‘연결’됐다.
지난달 21일 오전 9시경. 5분 간격의 진통이 시작됐다. 자궁입구가 5㎝쯤 열린 건 오전 10시반. ‘욕조’로 가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서자 따뜻한 ‘물’이 다리로 흘러내렸다. 양수였다.
욕조안. 어린 시절 탕 안에서 안아주던 엄마처럼 미리 욕조에 앉아있던 남편의 무릎 위로 살포시 겹쳐 앉았다.
순간. 통증으로 잔뜩 움츠려졌던 몸을 따뜻한 물이 부드럽게 감싸며 온몸이 풀어지는 듯. 다시 통증이 오자 강한 압박감과 함께 ‘본능적으로’ 힘이 주어졌다. 회음부에서 뭔가 빠져나오는 느낌. 아가의 뒷머리였다. 다음 진통까지는 그다지 오래걸리지 않았다. 남편과 맞잡은 손에 힘을 줬다. 아가의 어깨가 빠져나왔고 순간 모든 통증이 사라지는 ‘천국’이었다.
아가는 물속에서 20초간 눈을 깜박였다. 안아올려 가슴에 안자 젖을 빠는 게 아닌가. 남편이 들어올려 탯줄을 자르자 그때서야 울음을 터뜨렸다. 혼자힘으로 쉬는 첫 호흡, 세상과의 첫 대면이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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