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원 전(前)원장이었던 일반외과 이경식교수(62)가 지난해말 내린 결정이었다. 침대가 높으면 의료진이 환자를 보는데는 편하지만 몸이 불편한 환자가 오르내리기엔 여간 고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교수는 연세의료원의 암연구소장 암센터병원장 신촌세브란스병원장과 대한소화기학회장 대한외과학회장 아세아유방암학회상임이사 등을 역임했지만 얼굴만 보면 학자의 풍모보다는 마음좋은 이웃집 아저씨 또는 시아버지의 느낌이 풍겨나온다. 이교수가 이끄는 유방암 치료팀원들의 분위기도 이교수를 닮아서인지 밝고 푸근하다.
▼팀워크로 치료한다▼
이교수는 “대부분의 병원에선 한 과의 교수가 주도권을 갖고 환자를 보지만 우리팀은 모든 과 의사들이 참여해 최적의 치료법으로환자를진료한다”고소개했다.
팀은 일반외과의 박병우교수, 종양내과 정현철교수, 치료방사선과 서창옥교수, 병리학과 양우익교수, 성형외과 신극선교수, 재활의학과 박창일교수, 진단방사선과 김미혜강사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 서로를 ‘베스트’로 평가하는 사람들. 이런 팀워크가 바탕이 돼 지난 20년 동안 수술받은 유방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이 전(前)암기 96.4%, 1기 87.2%, 2기 78.3%, 3기 54.5%로 선진국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환자를 안심시켜라▼
대부분의 환자들은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화들짝 놀라서 병원을 찾는다. 때밀이나 마사지 아줌마한테서 “가슴에 혹이 만져진다”는 얘기를 듣고 얼굴이 납빛이 돼 울먹이며 찾아오는 것. 이때 80% 이상은 수유 때문에 생긴 결절로 밝혀지지만 환자는 불안하기만 하다.
이교수는 우선 방사선사진을 ‘지나치게’ 꼼꼼히 보는 방법으로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려 애쓴다. 결절일 경우 즉시 진료실 옆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한 시술로 혹을 빼내지만 설령 암이더라도 환자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병의 진행정도에 대해 찬찬히 설명한다.
▼앞장서야 구한다▼
팀원들은 국내 유방암치료의 길라잡이역을 맡아왔다고 자부한다.진단방사선과에선 74년 진단방사선 유방촬영조영술을 국내 첫 도입했다. 종양내과에선 림프절에 전이가 없는 경우에도 항암제를 투여하면 더 빨리 낫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종양이 5㎝ 이상인 환자에게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시행,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의 90% 이상에게서 수술이 가능하도록 했다.
성형외과에선 82년 국내 첫 유방재건술을 도입했으며 83년엔 수술 즉시 재건술에 성공했다. 치료방사선과는 국내 최대수준인 하루 30여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유방암을 정복한다▼
팀은 93∼95년 미국 조지타운대 롬바르디암센터와 제휴해 유방암 환자에게 ‘C―erbB―2 단백질’이 한국인 유방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내고 국제학회에 4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 한국여성의 유방암 발생연령이 30∼40대로 미국에 비해 10세 정도 낮은 이유를 캐고 있으며 암세포가 죽지않고 증식하는데 관여하는 ‘텔로머레이즈’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유두에 피·맑은 분비물 나올땐 일단 암 의심▼
국내 유방암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사망원인 통계연보’에 따르면 88년 여성의 총 사망원인 중 유방암이 2.4%였으나 97년엔 4.2%로 늘었다.
연세대 유방암치료팀의 이경식교수는 “유방암은 후진국에선 적고 선진국에선 많다”면서 “육류를 많이 먹고 체형이 서구화되는데다 초경이 낮아지고 폐경은 늦어지는 등의 이유와 관계있다”고 말했다.
유방암은 일찍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된다.따라서 35세 이전은 2년마다 한번, 35세 이후엔 매년 한번 전문의의 진단받는 것이 좋다.
▽유방암에 걸리기 쉬운 여성〓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35세 이후에 첫 아기를 낳았거나 30대 이상인데도 출산경험이 없는 경우.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 12세 이전에 초경이 왔거나 50세 이후에 폐경을 맞은 경우. 비만인 여성. 흡연경험이 있는 여성 등.
▽유방암 자가진단법〓매월 생리가 끝나고 2, 3일 뒤(생리가 없거나 불규칙한 경우 매달 한 번) 유방과 반대쪽 손으로 유방을 누른 다음 천천히 동심원을 그린다. 이때 △유두에서 피나 맑은 분비물이 나올 경우 △유두가 안으로 빨려들어갈 경우 △유두 주위 조직이 헐 경우 △유방 피부가 두껍게 느껴지거나 빨갛게 헐 경우 등엔 유방암일 수 있으므로 즉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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