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월경 없으면 정밀검진 필요”
30대, 심지어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 중에도 월경이 끊긴 경우가 종종 있다. 월경이 없어지면 신체적으로도 문제가 생기지만 ‘여성으로선 끝났다’는 상실감에 빠져 정신 건강마저 해칠 수 있다. 하지만 월경이 없다고 무조건 폐경은 아니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가 치료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권호순<자유기고가> ●일러스트·임희정
경기도 분당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 정모씨(31). 그는 요즘 심한 상실감에 빠져 있다. 2년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임신 전에 5일씩 하던 생리가 3일로 줄어들고 불규칙해지더니 1년 전부턴 아예 끊긴 것이다. 게다가 생리가 끊긴 후 살이 심하게 쪘다.
고민 끝에 얼마전 한의원을 찾은 그는 성적 불만과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계 이상으로 생긴 ‘가폐경(치료가 가능한 폐경)’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실 정씨는 오래 전부터 남편과 각 방을 써왔다. 첫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가 밤에 자주 보채는 바람에 남편이 다른 방에서 자게 된 것이 오늘에까지 이른 것. 그러면서 부부생활이 점점 뜸해져갔고, 둘째 아이가 태어난 이후론 아예 부부관계를 하지 않았고 불화도 심해져 이혼위기에 놓여 있다. 현재 정씨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성욕구 해소방안의 하나로 ‘자위행위’를 처방받은 상태다.
흔히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겪는 것으로 알고 있는 폐경. 하지만 요즘은 30대, 심하면 20대 후반에 월경이 끊기는 여성이 적지 않다.
‘폐경’이란 말 그대로 다달이 나오던 월경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난소의 기능이 정지돼 여성 호르몬 생성이 급격히 저하되는 상태.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연령은 48.2세로 보통 45세에서 55세 사이에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런데 여러 원인으로 이보다 빠른 나이에 많은 여성이 폐경에 이르고 있는 것. 보통 가임여성이 6개월~1년 이상 월경이 없는 경우 조기폐경으로 보기도 한다.
◆ 무월경이 전부 폐경은 아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제일병원 갱년기클리닉 윤현구 교수는 “여성의 난소기능은 만 35세 이후부터 퇴보하기 시작해 40세 이후부터는 현격히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자궁 이상이나 독신녀, 스트레스가 심한 여성들 중엔 30대에 난소기능이 완전히 정지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3개월 이상 무월경을 겪는다면 빠른 시일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출산을 마친 여성들은 젊은 나이라도 월경이 없다보면 보통 ‘폐경이 왔나’ 하고 쉽게 체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중 상당수가 완전한 폐경이 아닌 ‘무월경(한방에선 무월경 등 치료가 가능한 폐경 상태를 ‘가폐경’이라 한다)’ 상태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
월경은 뇌 속에 있는 시상하부(호르몬을 관장하는 신경물질)와 뇌하수체가 관여한다. 시상하부에서 뇌하수체로 신경물질을 내보내 호르몬이 나오도록 명령을 보내면 뇌하수체에서는 생식선 자극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생식선 자극호르몬은 난소에 도착하여 난포호르몬을 만들고 월경 시작일부터 14일 전후에 배란을 일으키게 한다. 이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월경이 나오지 않게 된다.
무월경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스트레스. 심한 스트레스가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정상적인 생리반응을 방해해 무월경이 되는 것이다. 또한 독신녀나 오랫동안 부부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신경계 이상으로 월경이 없게 되며, 배란에 이상이 있거나 자궁 주위에 낭종이나 염증이 생긴 경우 그리고 자궁이 제자리를 잡지 못했거나 내분비장애가 있는 경우, 혈액순환 장애, 허약한 체질, 과다한 운동, 비만여성도 무월경을 겪게 된다.
여성질환 전문병원인 상당한의원 조선화 원장은 “여러달 생리가 없을 경우 초음파 검사, 혈액검사, 경락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지 않고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폐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
특별한 원인이 없는 무월경의 경우 보통 ‘황체호르몬’을 맞으면 해소되고, 다른 원인이 있는 경우엔 그에 대한 치료를 받으면 월경이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치료가 늦어질 경우 회복 또한 쉽지 않다는 게 전문의들의 말이다.
한방에서도 완전한 폐경에 이르지 않은 가폐경 상태일 경우 다음과 같은 치료를 한다. 스트레스나 정신적 요인에 의한 무월경일 경우 간의 기운을 회복시키는 가미소요산, 가미귀비탕 등의 약물요법과 더불어 침, 또는 행동요법(운동, 자위행위 등)이 함께 쓰인다.
완전한 폐경에 이른 경우엔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호르몬요법이 주로 쓰인다. 폐경이 되면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불면증이 찾아오고 얼굴이 화끈거리는가 하면 식은땀, 신경과민, 골다공증과 같은 갱년기 증후군이 나타나기 때문. 또한 성욕이 감소하고 질이 건조해져 성생활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윤현구 교수는 “폐경을 맞은 여성 대부분이 ‘여자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며 치료를 체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조기폐경을 맞았거나 폐경기 이후 활발한 성생활을 원하는 여성에겐 호르몬요법을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적어도 5년 내지 10년 정도 장기 사용이 권장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요법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갱년기 증상도 없애고 골다공증도 예방하는 등 이점이 많은 치료법. 최근에는 파스처럼 피부에 붙여 호르몬을 투여하는 패치타입이 나와 매일 알약을 먹어야 하는 불편도 덜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효과적인 반면 유방이 팽팽해지고 아프거나 복통, 하혈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정확한 검사와 진단, 정기적인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일부 연구보고도 나와 있는 상태. 따라서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을 함께 투여하기도 한다.
▲폐경에 따른 식이요법 : 많은 폐경 여성들이 체지방의 증가로 비만에 빠지기 쉬으므로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적당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동물성 기름 섭취를 줄이며, 저콜레스테롤 식사를 하는 게 좋다.
지방 함량이 비교적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생선을 1주일에 2~3회 이상 먹고, 하루 1컵 이상의 우유를 마셔 충분한 칼슘을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잡곡과 채소의 섭취를 늘리고, 가공식품과 염장식품 등을 먹지 않도록 한다.
특히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알코올, 초콜릿 등을 삼가면 얼굴이 순간적으로 화끈 달아오르는 상태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를 늘리고, 심장질환을 예방해주는 항산화제 성분인 비타민E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폐경에 따른 운동요법 : 운동은 본인이 좋아하는 걸 선택해 규칙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폐경 여성에게 좋은 운동은 유산소운동과 체중부하운동이다. 특히 걷기, 달리기, 골프, 테니스 등 중력에 대항하는 체중부하운동은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되므로 운동시작 전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운동은 1주일에 적어도 3~4일, 한 번에 20~40분씩 하는 게 좋고, 주된 운동이 걷기라면 가벼운 물건을 양손에 들거나 어깨에 짊어지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재미있게, 특히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 전문의 조언
‘여성’을 오래 간직하려면 자궁을 항상 따뜻하게 하라
조선화<상당한의원 원장, 02-532-0204>
요즘 들어 진료실에서 무월경으로 고민하는 젊은 여성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의 생활을 보면 불규칙한 식사는 보통이고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고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가 대부분. 게다가 진찰을 해보면 공통적으로 자궁에서 한기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궁이 제 기능을 못해 불임, 조기폐경 등 여성질환이 유발되는 것.
여성의 상징인 자궁이 건강하려면 무엇보다 자궁이 따뜻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항상 따뜻한 음식을 먹고 속옷을 갖춰 입어 하체를 보호하는 게 좋다. 또한 수시로 아랫배를 찜질한다거나 사우나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
더불어 정기검진도 꼭 필요하다. 항상 자신의 몸을 살펴 그때그때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큰 병을 막는 방법이다. 또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므로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그때그때 풀어버리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