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질병이야기/자궁암]남편외도가 아내 암환자 만든다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9시 10분


지난해 암으로 사망한 여성중 위암 후두암 대장암에 이어 자궁암(5.6%)이 4위를 차지했다. 자궁암 가운데 단연 1위는 자궁경부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발생 빈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자궁암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 대부분의 여성이 정기적으로 자궁암 검사를 받기 때문. 미국 암협회의 보고에 의하면 한해 1만3000명의 자궁암 환자가 발생하고 그중 7000명이 사망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정기적인 자궁암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궁은 조롱박이 거꾸로 매달린 모양처럼 생겼다. 조롱박의 입구 부분이 경부. 질과 연결돼 있다. 자궁에서 만들어진 길쭉한 원주세포가 질의 산성도를 견디기 위해 납작한 모양의 ‘편평세포’로 바뀌는 변형대가 있다. 이 변형대에서 고장이 일어나면 자궁경부암.

▽조기진단이 중요〓자궁경부암의 원인은 휴먼 파필로마 바이러스(HPV) 감염이 95% 이상. HPV는 80여가지 타입이 있다. 한 가지에 면역력이 생겨도 다른 종류 때문에 암이 올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수십가지가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한다. 흡연도 중요한 원인.

자궁경부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기 시작하는 자궁경부 상피이형증 단계에서 암세포가 상피에만 있고 기저층을 침투하지 않은 상태인 상피내암 단계를 거친다.

자궁경부암은 진행 속도 5∼20년으로 더딘 것이 특징이다. 연령별로 보면 25∼35세 자궁경부 상피이형증, 30대 후반 상피내암, 40대 후반에 침윤성 자궁경부암의 단계를 밟는다. 늦어도 상피내암 단계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자궁세포진 검사만 받아선 안된다. 정확한 검사 한번이 시원찮은 검사 여러번 보다 낫다.

자궁에 사마귀가 난 경우 사마귀 부위를 잘라내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순히 HPV에 감염된 상태에서 바이러스만 죽이는 방법은 아직 없다. 질에는 되데르라인 간균이란 유산균이 산성도를 유지하고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한다. 녹차안에 많은 폴리페논E와 카테친도 마찬가지다. 당근 등 비타민A가 풍부한 음식도 도움이 된다. 이들 성분으로 만든 약이 개발중이다.

▽남성은 일부종사(一婦從事)해야〓남성의 외도가 아내를 암환자로 만든다는 것을 명심하고 남성은 일부(一婦)종사해야 한다. 사춘기 때 변형대가 잘 발달하고 예민하므로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자궁암 예방차원에서라도 성생활을 피해야 한다. 청소년기 흡연은 특히 위험하다. 뒷물할 경우 외음부만 씻어야지 깊숙이 씻는 것은 HPV 감염 위험이 있어 좋지 않다. 또 임신 때는 성생활을 피하는 게 좋다.

▽확진은 조직검사로〓면봉이나 칫솔 모양의 특수기구로 세포를 살짝 긁어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세포진검사’가 일반적인 검사법. 자궁경부에 초산을 투여해 변화를 검사하는 ‘자궁경부 확대촬영검사’, 자궁경부를 6∼40배 확대해 관찰하고 의심이 드는 부위를 떼어내 조직검사하는 ‘확대경 검사’도 있다. 바이러스의 활동여부를 알아내는 ‘HPV―DNA검사’도 사용된다. 조직검사 외엔 어느 것도 100% 정확한 진단을 보증하지 않으므로 확진은 조직검사로 한다. 따라서 6개월마다 검사를 받는 것보다 처음엔 6개월 단위로 몇 가지 검사를 병행해 확실하게 받은 다음 3∼5년 마다 받는 것이 좋다.

▽자궁내막암은 선진국형 암〓자궁경부암과는 달리 자궁내막암은 자궁입구가 아닌 자궁 자체에 생기고 성경험과 수유경험이 적은 여성에게서 폐경기 이후 생기는 암. 폐경기 이후 출혈이 계속되거나 월경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에게 걸릴 위험이 크다.

고혈압 당뇨병 등을 앓거나 50세 이후까지 월경이 계속되는 여성에게도 발생률이 높다. 결혼이 늦었거나 분만경험이 없는 여성과 키가 크거나 뚱뚱한 여성도 이 암에 주의해야 한다. 선진국에선 자궁경부암보다 발생률이 높다.

(도움말〓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안웅식교수)

<이성주·이호갑기자>stein33@donga.com

■ 난소암은 특별증상 안나타나

여성만이 걸릴 수 있는 암은 자궁암 유방암 난소암 질암 외음부암 등. 성관계가 없는 미혼여성은 자궁암을 제외한 여성암은 어느 암이라도 걸릴 수 있다. 이중 4대 여성 생식기암은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융포상피암.

▽난소암〓아직까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어린 아이도 걸릴 수 있지만 50대에 가장 많다. 무배란 기간이 길수록 발생 위험이 적고 석면 등 환경요인이 관련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통 복부팽창 질출혈 등이 주요 증상이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기적인 골반 진찰이나 질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복강경수술로 확진한다. 70%가 3,4기에 발견돼 5년 생존율이 25%로 낮은 편이다.

유전적 경향이 강해 부계나 모계에 환자가 있고 BRCA1 유전자의 결함이 확인된 상태에서 아기를 더 낳을 필요가 없으면 예방적 차원에서 난소절제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난소가 폐경기 이후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만드는 등 인체에 유용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수술이 기본 치료법이며 항암제 방사선 면역요법이 병행된다.

▽융모상피암〓임신과 관련된 암. 비교적 젊은 여성이 잘 걸린다. 70년대까지 여성암중 1위. 그러나 최근 임신중 초음파 검사의 일반화로 발생율이 뚝 떨어졌다. 소변에서 융모성 성선 자극 호르몬(HCG)검사로도 알 수 있다. 자궁외 임신이나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에게서 융모상피암이 발견되기도 하고 아주 드물지만 정상적으로 아기를 낳고 몇 년 뒤 암이 진단되기도 한다. 절반 이상이 포도상임신 때문에 온다. 수정란이 세포분열하는 과정에서 태반의 영양배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 개구리 알 또는 포도송이 같은 비정상 조직으로 꽉 차는 것이 포도상임신. 포도상임신만 있는 경우 간단히 긁어내기만 해도 80%가 좋아진다. 아직 암은 아니지만 이상 세포가 자궁벽을 침투했거나 여러 장기에 전이될 경우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아도 이중 10%가 융모상피암으로 진행한다.

융모상피암은 초기에 치료하면 항암제로 100% 고칠 수 있다. 혈액을 통해 다른 조직으로 전이가 잘 된다. 폐까지 전이된 경우 역시 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뇌 간 창자 등의 장기까지 퍼져 있으면 치유가 힘들다.

<이성주·이호갑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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