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과 가물치가 모든 산모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데?!'
“아기를 낳은 후부터 어깨가 시리고 관절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파요.” 한의원을 찾는 여성들이 호소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를 두고 한방에서는 산후풍이라고 하며 출산 후 산후조리를 잘 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질환 중의 하나로 본다.
임신과 출산을 치르는 동안 여성의 몸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따라서 임신 중 쇠약해진 몸이 임신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산후조리이며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산후보양식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산후보양식 중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 때문에 산모의 체질과 증상을 고려해서 산후보양식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산후보양식은 어떤 것이 있으며 산모의 음식섭취 요령, 산후에 나타나는 증상과 그에 따른 한방요법에 대해 알아본다.
★ PART1/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산후보양식
◆ 호박, 산욕기가 끝난 후 부기가 남아있을 때 섭취
많은 산모들이 출산 후 몸의 부기를 빼기 위해 늙은 호박을 중탕해서 먹고 있다. 그러나 호박은 신장기능에 이뇨작용만 더해주어 오히려 산후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출산 후 몸이 붓는 것은 신장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임신 중 피부에 축적된 수분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출산 후의 부기는 소변을 배출시켜서 빼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땀을 내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호박에는 이뇨작용이 있어 산모가 호박을 중탕해서 먹으면 신장기능에 이뇨작용만 활발하게 해줄 뿐 아무런 효과가 없다. 오히려 호박 중탕을 먹다가 그만두면 신장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산욕기의 산모가 먹어서는 안 될 음식.
또한 호박은 달면서 찬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출산 후 너무 일찍 먹게 되면 어혈을 뭉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생리적으로 우울하고 땀이 많은 산모가 호박을 먹으면 황달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황달은 제 때에 땀을 내지 못했을 때 생기는 증상. 호박은 몸에 있는 수분을 땀으로 빠져나가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소변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박 중탕은 산욕기가 지난 후(출산 1개월)에도 부기가 남아 있는 산모가 먹으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호박 중탕으로 소변의 배설을 유도할 수 있고 그 때는 몸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 기름기가 많은 가물치, 위장에 부담 상처 있을 때도 먹지말아야
가물치는 산모가 호박중탕 다음으로 많이 먹는 보양식이다. 물에 폭 고아서 먹는데 주로 몸의 부기를 빼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신장에 이상이 있어 부종이 생기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지 출산 후 수분으로 인해 부기가 있는 산모들에게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호박 중탕과 마찬가지로 몸의 부기는 땀으로 빼는 것이 가장 좋다.
또, 가물치는 칼날이 있는 물건에 의해 생긴 상처가 있는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산모나 회음부 절개를 한 자연분만 산모 역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가물치를 달인 물은 너무 기름기가 많아서 위장에 부담을 줄 수가 있다. 산모는 출산으로 인해 위장기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소화되기 쉬운 맑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 한의사 처방 받고 먹어야 할 흑염소·개소주
쇠약해진 기운을 되찾기 위해 흑염소와 개소주를 먹는 산모들이 종종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흑염소와 개소주는 한의사의 처방을 받고 먹어야 할 매우 조심스런 음식이다. 산모는 물론 임산부는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출산 후에는 너무 뜨겁거나 찬 음식은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음식들은 몸의 열을 빼앗거나 나쁜 열을 만들어 산모의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
한방에 관한 옛 문헌을 보면 “염소의 성질은 매우 뜨겁고 개의 성질은 따뜻해서 임신 중에 염소를 먹으면 아이에게 열이 많다고 하며, 임신 중에 개를 먹으면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그만큼 흑염소와 개소주는 산모나 임신부가 가려서 먹어야 할 음식인 것이다.
물론 흑염소나 개소주를 몸이 약한 사람이 먹으면 기운을 되찾고 뼈에 영양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산모가 기운을 되찾기 위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 PART2/산후 음식 어떻게 먹어야 할까?
◆ 산후에 먹으면 좋은 음식
장준복 한의사(경희의료원 한방병원 부인과)는 “산모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의 안정과 회복을 되찾는 일이다. 간혹 보양식으로 약해진 몸을 보충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보양식보다는 평소에 먹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더 좋다. 보양식을 먹더라도 어혈이 풀리고 산욕기가 지난 후에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후에는 지방질이 부족해 피부가 건조해져 있고 위장의 기능도 약해져 있는 상태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이나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별로 좋지 않다. 단단한 음식보다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부터 먹으면서 점차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또한 출산할 때 소모된 혈액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철분과 단백질이 충분히 함유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산후조리를 할 때 먹어서 좋은 음식으로는 생선이나 우유, 닭고기, 계란 등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채소와 과일, 칼슘이 풍부한 멸치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몸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과일을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체내에 불순물이 쌓일 수 있다. 과일은 조금씩 먹고 다른 방법으로 비타민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채소도 차지 않게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국으로는 감자국, 토란국, 곰국, 북어국과 미역국을 많이 먹어야 한다. 특히 북어국은 어혈을 없애주고 몸안의 찌꺼기를 배출시키는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무국은 무에 매운 성분이 있어 산모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그밖에도 호두, 깨, 팥 등도 산후회복에 도움을 주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 산후에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산후에 산모들이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도 있다. 성질이 찬 음식과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성질이 찬 음식은 몸 안에서 나쁜 열을 만들기 때문에 산모의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 대표적인 찬 음식으로는 밀가루를 들 수 있다. 빵이나 칼국수, 라면 등 밀가루 음식은 몸이 완전히 회복된 다음에 먹도록 한다.
또 젖을 먹이는 산모의 경우 고지방 음식을 먹게 되면 젖이 끈끈해져 아이들에게 좋지 않고 짠 음식도 혈액순환을 방해해 유즙이 잘 분비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먹지 않도록 한다.
◆ 미역국은 최고의 산후보양식
미역국은 산모의 건강을 회복시키는데 가장 좋은 음식이다. 미역에는 요오드가 풍부해 부족한 혈액을 보충해 주고 피도 맑게 해 준다. 또 소화흡수가 잘 돼 출산으로 위장기능이 약해져 있는 산모에게 적합하다. 이밖에도 미역국은 젖이 잘 나오게 하고 몸 안의 염증을 없애주며 부기도 가라앉혀주는 그야말로 최고의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달 내내 미역국만 먹을 수는 없는 법. 이럴 때는 미역국의 국물 맛을 내는 재료를 달리 하는 것도 괜찮다. 산모가 다소 입맛이 없다면 조개나 홍합으로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내게 한다. 특히 홍합은 아랫배가 뭉치거나 몸이 찬 산모에게 좋다. 단백질이 부족하거나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가는 경우, 임신중독증을 앓았던 산모의 경우는 쇠고기나 사골로 국물을 우려내서 끓인 미역국이 제격이다.
◆ 6개월 동안은 철분이 풍부한 음식이나 철분제 복용
산모는 빈혈의 수치를 나타내는 헤모글로빈과 헤모토크릿 수치가 정상인보다 낮다. 그러다가 출산 후 1주일이 지나면 혈액량이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만약 이때까지도 수치가 낮다면 빈혈일 가능성이 높다.
출산 후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후 6개월까지는 철분이 풍부한 식품이나 철분제를 복용한다. 특히 임신 중 빈혈을 앓았던 산모는 출산 후에도 빈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계속 철분제를 복용하도록 한다.
쇠고기의 간, 콩팥, 난황, 잣이나 호두, 땅콩도 빈혈예방에 좋다. 그러나 커피나 홍차는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가급적이면 먹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