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내 마리아병원 산하 기초의학연구소(소장 박세필)는 냉동보관중인 배아로부터 줄기세포(stem cell)를 얻고 여기에 특수 배양액을 처리해 심근세포로 자라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세포를 심근경색 환자에게 이식하면 심장병을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 및 사회단체에서는 “인간배아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인간성을 짓밟는 행위”라며 “사회적 합의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실험을 계속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줄기세포는 몸의 210여개 장기로 자랄 수 있는 만능세포로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뒤 5, 6일 된 배아로부터 얻을 수 있다. 만일 인간의 줄기세포를 얻어 시험관에서 심장세포나 뇌세포 등으로 원하는 대로 자라게 할 수 있다면 심장질환이나 치매와 같은 각종 난치병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길이 열린다.
마리아 연구팀은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만든 배아 가운데 5년간 냉동 보관돼 더 이상 쓸모가 없어 폐기처분될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얻었다. 이 줄기세포를 몸의 각종 성장인자가 포함된 특수 배양액에 넣어 심장의 박동을 일으키는 근육세포처럼 주기적으로 뛰는 세포를 길러냈다.
인간의 줄기세포를 몸의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는 미국 호주 연구팀에 이은 세계 3번째에 해당한다.
한편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과학자들은 산업적 기술적 필요성만 내세울 게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합의인 생명윤리법이 나오기 전까지 배아 관련 모든 실험은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중앙병원 내과 박상은(朴相恩·43)과장은 “미국에서는 수정란 이후 14일까지 인간배아를 기를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인간으로 자랄 수 있는 수정란을 실험에 쓰고 버리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공학법을 전공한 동국대 법대 연기영(延基榮·48)교수는 “과학자들이 연구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위해 가장 상위적 기본권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손상시키는 반인륜적 행위는 금지시켜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훈기동아사이언스기자·이호갑기자>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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