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일찍 병원문을 두드렸으면 보다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바로 그것이다.
안일한 생각 반, 두려운 생각 반으로 ‘나는 별 탈이 없겠지’하고 집에만 있다가 병을 키운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를 만날 때마다 의사로서 책임감과 함께 마음이 무거워진다.
특히 자궁내막암 등 각종 중요질환의 경우 초기진단을 받았으면 생명을 잃지 않거나 자궁을 잃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 산부인과 의사로서 깊은 절망감마저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은 월경에 대해 얘기하거나 상담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있다. 동양적인 사고와 주부로서의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파묻혀 과다월경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여겨진다. 과다월경은 증세 자체보다 원인이 되는 부인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라는 일종의 ‘경고’이자 ‘메시지’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 모든 여성들에게 반드시 ‘월경일지’를 쓸 것을 당부하고 싶다.
월경일지란 월경날짜를 정확히 메모해 두고 그날 그날 사용한 생리대의 갯수를 적어두는 것을 말한다.
오랜 기간 기록한 월경일지를 갖고 병원을 찾아오면 각종 부인과 종양 및 불임 등의 원인을 보다 쉽고 빠르게 진단받을 수 있다.
모든 여성들이 가계부처럼 월경일지를 쓰게 될 때 산부인과 의사로서는 환자를 위해 모든 능력을 십분발휘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또 자궁을 보존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 등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허준용(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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