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기혼여성 1만3429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임신한 뒤 정상 출산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63.8%였다. 태아의 24.1%는 인공임신중절(낙태)로, 9.7%는 자연유산으로, 0.3%는 사산으로 각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연유산은 94년 8.2%, 97년 9.1%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이 조사에서 나온 자연유산은 여성이 임신 사실을 안 이후의 사례만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임신사실을 모르고 있던 경우까지 합치면 전체 자연유산은 임신건수의 62∼78%나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생리로 알고 지나친 것 중 상당수가 자연유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산이 반복되면 불임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아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자연유산 왜 늘까?〓의학적으로 자연유산은 임신 20주 이전에 태아가 숨지는 것을 말한다. 임신의 고연령화는 자연유산 증가의 가장 큰 원인. 40세 이상 임신부의 경우 20세 미만보다 자연유산 확률이 2배 이상 된다.
직장 여성들이 늘면서 과로와 회식문화 등으로 인한 자연유산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1주에 2번 이상 술을 마시면 유산 위험이 2배로 늘고 매일 마시면 3배까지 이른다. 흡연도 자연유산의 한 요인으로 하루 14개피를 피우면 유산 위험이 배 정도 증가한다.
낙태도 원인 중 하나. 낙태를 2번 이상 하거나 낙태 뒤 조리를 제대로 못하면 자궁 입구가 약해지거나 자궁 안이 손상돼 자연유산이나 불임의 원인이 된다.
▽자연유산 등을 예방하려면〓자연유산의 80%는 임신 12주 이내에 생기므로 특히 임신 초기에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애완동물에 기생하는 브루셀라 톡소플라즈마 등은 유산이나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되므로 임신기간 중엔 애완동물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약 복용 때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고 방사선 촬영은 피해야 한다. 카페인 음료도 피해야 한다. 커피는 하루 4잔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긍정적이고 편안한 마음가짐도 중요. 미국 유타대 의료진은 99년 원인불명의 습관성 유산 환자에게 아무런 치료없이 긍정적 사고를 갖도록 권하고 가족들이 환자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하도록 했을 때 60%가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가임여성은 평소 임신에 대비해야 한다. 임신 사실을 모르고 술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약간이라도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술자리를 멀리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갑상샘기능저하증 황체호르몬결핍증 등의 질환을 갖고 있으면 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직장생활 때문에 임신을 늦추는 여성이 많은데 자연유산이나 불임, 기형아 출산 등으로 고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가능하면 30세 이전, 늦어도 35세 이전에 아기를 갖는 것이 좋다.
(도움말〓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종화교수, 강서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박윤희과장)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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