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골다공증, 에어로빅-축구로 뼈밀도 높이세요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37분


《찬 바람이 불고 수은주가 뚝 떨어지면 정형외과 의사들은 ‘비상 대기’ 상태가 된다.골다공증(뼈엉성증)으로 뼈가 약해진 사람이 움추린 채 걷다가 넘어져 응급실로 실려오는 경우가 크게 늘기 때문이다.겨울에는 근육과인대가 수축해 작은 외상에도 뼈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는데다 빙판길 등이 많이 생겨 골다공증 환자에게는 위험한 계절이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세란병원의 오순덕 박사는 “골다공증 환자 중에는 뼈가 부러지기 전에는 자신의 병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골다공증은 소리없이 진행되다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기 때문에 ‘침묵의 병’ 또는 ‘소리없는 도둑’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골다공증은 심한 경우 척추에 압박 골절이 생겨 등이 굽고 이로 인해 주위에서 “키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는 소리를 듣고난 뒤에야 발견하기도 한다.

▽골다공증이란?〓나이가 들면서 뼈 성분이 빠져나가 뼈가 엉성해지는 병. 연세대 의대 해부학과 정인혁 교수는 “골다공증(骨多孔症)의 뜻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뼈에 구멍이 숭숭나는 증세이지만 이는 일본 의학계에서 이름을 잘못 붙인 것으로 뼈의 조직이 빠져나가 뼈가 성겨지는 것이어서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뼈엉성증이란 새 이름을 만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6배나 높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뼈의 강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생산이 감소되고 이로 인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뼈가 급격하게 약해지기 때문.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주로 손목, 척추, 넙다리뼈 등에서 잘 생긴다. 손목 골절은 50세 이후 잘 생기며 척추 골절은 노화와 함께 계속 증가한다. 넙다리뼈 골절은 연령에 따라 서서히 증가하다가 75세 이후 급속히 증가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민용기교수는 “넙다리뼈 골절이 생기면 1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약 20%에 이르며 다행히 살더라도 50%의 환자들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예방법〓골밀도는 25세에 가장 높다가 35세 이후 매년 0.3∼0.5% 정도 감소한다. 따라서 골밀도가 증가하고 유지되는 시기인 35세 이전까지는 운동 등을 통해 최대한 골밀도를 높여야 한다. 운동요법으로 체중이 몸에 실리는 달리기, 에어로빅, 자전거타기, 계단 오르내리기, 테니스, 수영 등이 좋다. 최근엔 축구가 골밀도를 높이는데 좋은 운동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편 햇빛을 쬐면서 운동을 하면 근육강화와 뼈 형성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D 합성이 촉진된다.

과다한 음주는 뼈 생성 세포를 억제시키고 흡연은 에스트로겐 생성량을 감소시켜 골다공증을 앞당긴다. 또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칼슘 배설량이 증가해 뼈를 약하게 만든다. 패스트 푸드에 많이 들어있는 인도 골다공증을 촉진시킨다.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의 골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실내 바닥에 느슨해진 전기 코드 등 널려진 물건들이 없는지 정돈하고 △카페트 등을 이용하여 실내 바닥을 미끄럽지 않게 하도록 하며 △욕실은 바닥에 깔판을 깔고 손잡이를 설치하도록 한다. 또 골다공증 환자는 △외출시 편안하고 바닥이 거친 신발을 신고 △필요하면 지팡이를 이용하고 △계단 이용시 난간에 손을 짚도록 한다.

▽최신치료법〓여성의 경우 폐경 직후 5년간 가장 심한데 이 때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면 뼈 성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특히 65세 이전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뼈 성분이 빠져 나가는 것을 억제하는 최신 치료제로는 알렌드로네이트(상품명 포사맥스)가 있는데 환자들이 일주일에 한번 먹어도 된다.

최근 국내에서는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면서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발병 가능성을 줄인 랄록시펜의 시판이 허용됐다.최신 치료제 중 부갑상선 호르몬제는 골형성을 촉진하는 주사제로 남녀 모두에게 골 밀도를 증가시키고 골절 위험도 감소시킨다. 단점은 주사를 하루에 한번씩 맞아야 된다는 것.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의 내분비내과 임승길교수는 “골다공증 치료의 기준을 골밀도의 증가 여부로 판단하지만 단순히 골밀도만으로 골다공증이 치료됐다고 보기는 힘들며 뼈 성분이 증가하거나 골절 위험이 줄어들어야 제대로 치료된 것”이라며 “환자는 알맞은 치료약 뿐만 아니라 적절한 영양섭취와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 식이요법, 우유-요구르트-멸치 좋아

한국식품영양재단 이정숙 연구원이 최근 60세 이상 남녀 218명을 조사한 결과 남자는 37.8%, 여자는 47.5%가 골다공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골다공증의 전단계인 골감소증을 합치면 노인의 경우 남녀 모두 80%가 넘었다.

이번 조사에서 골다공증 환자는 두류나 우유 와 같은 유제품, 야채 등을 적게 먹고 단백질 철 비타민 등 골밀도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가 정상인에 비해 7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소금과 함께 칼슘이 빠져나가므로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또 골다공증 환자나 갱년기 여성이 필요한 양 만큼 칼슘을 섭취하려면 하루 우유 2잔, 요구르트 1병, 치즈 1∼2장을 먹는 것이 좋다.

이연구원은 “골다공증을 예방에는 칼슘이 많이 함유된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의 유제품 및 멸치, 뱅어포 등의 뼈째먹는 생선이 장내 흡수가 잘 돼 좋다”면서 “시금치와 같은 짙은 녹색채소, 콩류, 곡류, 해조류도 칼슘 함유가 많으나 장에서 흡수가 다른 것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식물성 식품엔 섬유질, 수산, 피틴산 등이 있어 이것이 칼슘과 결합해 장흡수를 방해하고 대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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