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도 문제, 지나친 다이어트도 문제
살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가진 두 임신부가 있었다.
A 씨는 자신과 태아의 몫까지 두 명분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 4끼, 그것도 과하게 먹어서 출산이 가까워졌을 즈음에는 임신 전보다 24kg이 불어 74kg이 됐다.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다 된 지금도 60kg대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B 씨는 임신 8개월 무렵에도 ‘약간 배 나온 아가씨’처럼 보일 정도로 몸매 관리에 신경을 썼다. 식사를 할 때는 샐러드를 잔뜩 먹은 뒤 빵을 조금 먹어 허기만 채우는 식으로 다이어트에 신경을 쓴 것. 막달에도 6kg만 불어난 그는 아이를 낳은 지 3개월 만에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갔다.
두 사람 중 누가 올바르게 관리한 것일까. 둘 다 잘못됐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키가 162cm인 A 씨는 임신 전 신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지방의 양을 측정하는 비만측정법으로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19.1에 불과한 저체중이었다. 미국 산부인과협회에서는 저체중이었던 여성(BMI 19.8 미만)은 임신 중 살을 12.5∼18kg 찌우는 게 적절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24kg은 이 기준치를 훨씬 넘어섰다.
임신 중 비만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임신부에게 만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 임신중독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태아가 커지면 난산의 위험이 높아져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엄마가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태아는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임신성 당뇨에 걸리면 태아는 거대아나 기형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희의료원 산부인과 정의 교수는 “가족 중 당뇨병이 있거나 임신부가 과다체중이라면 반드시 임신성 당뇨 선별검사를 받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B 씨는 몸매관리 방법이 잘못됐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를 하는 대신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골고루 든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기형아 확률을 줄이려면 엽산을 함께 섭취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엽산을 먹으면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막을 수 있다”며 “하지만 엽산은 임신 전부터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키위나 오렌지 주스, 녹황색 채소에 엽산이 많이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임신 전에 체중이 적게 나갔던 여성일수록 상대적으로 체중을 많이 늘리도록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에 따르면 정상체중(BMI 19.8∼26.0) 여성은 11.5∼16kg, 과체중(BMI 26.0∼29.0) 여성은 7∼11.5kg, 비만(BMI 29.0 초과) 여성은 7kg 미만으로 찌는 게 좋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는 “비만이었던 여성이라도 임신 중에는 체중을 감량해서는 안 되고 7kg 이하로 찌도록 조절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임신 8개월 이후엔 하루 30분 가벼운 산책을
임신 중 수영이나 걷기는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임신성 고혈압, 심한 심장질환, 태아의 성장 지연 등이 있는 임신부는 운동하면 안 된다.
임신 후 5∼7개월에는 태아가 급속히 크는 때라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임신 8개월 이후에는 하루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이 좋다.
출산 후에는 최소 6주간 수영, 조깅, 헬스 등 격한 운동을 하면 안 된다. 자궁이 정상 크기로 돌아오고 출혈이 완전히 멈춘 뒤 격한 운동을 해야 몸에 무리가 없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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