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집안일에 시달리던 주부 이미경 (40·경기 일산시 마두동) 씨. 최근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손바닥 저림이 심해 고생이다. 혈액순환 문제인가 싶어 혈액순환 개선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최근에 병원을 찾아 진단해 보니 과중한 집안일로 손목 부위 인대가 두꺼워지고 그 아래를 지나는 신경이 눌려 저림증을 느끼는 ‘팔목터널 증후군’이었다. 이는 손가락 끝에 통증을 느끼는 건초염과 함께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서 특히 주부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손부위 관절 2대 질환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가 최근 단국대병원 동국대병원 등 전국 7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를 통해 팔목터널 증후군 환자 672명을 조사한 결과 주부가 41%로 가장 많았다. 여성의 비율이 80%나 됐고 연령별로는 40, 50대가 33%로 가장 많았다.
▽어느 부위에 잘 생기나=손가락과 손바닥에 잘 온다. 손을 흔들거나 털면 잠시 증세가 좋아진다. 운전할 때나 잠을 잘 때 증상이 악화된다. 손이 저려 잠에서 깨서 손을 주무르거나 터는 경우도 있다.
손 저림증은 추위에 갑자기 노출되었을 때에도 나타난다. 손가락 혈관이 수축되어 손가락 색깔이 흰색이나 푸른색을 띠면서 저리거나 통증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팔목터널 증후군과 구별해 ‘레이노 현상’이라고 부른다. 레이노 현상은 혈관치료를, 팔목터널 증후군은 염증 치료를 해야 한다.
▽손 저림증 치료와 예방은=40대는 약물이나 주사로 치료할 수 있지만 50대는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 병원 정형외과 이광현 교수는 “팔목터널 증후군 환자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약국을 찾거나 염증 치료제가 아닌 혈액 순환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이 많이 진행된 뒤에 찾게 되면 회복이 어렵고 재발도 잦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증을 예방하려면 장시간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하거나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는 일,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작업 등은 피해야 한다. 컴퓨터 사용 시 적어도 20분 간격으로 손이나 손목을 가볍게 털어 주고 스트레칭을 해 준다. 또 손목에 각이 생기지 않도록 손목 받침대를 놓고 사용하는 버릇을 들이도록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경우엔 손목만을 사용하기보다는 어깨나 팔꿈치 등 좀 더 큰 관절을 사용한다.
을지병원 물리치료실 김종대 실장은 “손목을 뒤로 제치고 일하는 경우에 악화되기 때문에 손목을 아래쪽으로 한 뒤 자기 몸 쪽으로 당기는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면서 “이외에 손목강화운동으로 아령이나 악력기, 세라밴드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손가락 건초염도 조심=팔목터널 증후군처럼 여성에게 흔한 손 부위 질환으로 건초염이 있다. 이는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과 이 힘줄을 잡아주는 얇은 막(건초)에 염증이 발생해 붓고 두꺼워지는 것. 힘줄이 두꺼워진 막을 통과할 때 통증과 딱 소리가 나면서 걸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운전대나 골프채 걸레질 등 장시간 손을 쥐는 동작을 할 때 나타난다. 손바닥에서 손가락에 가까운 쪽 손금 주위를 누를 때 통증이 있고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점차 증상이 심해지면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펴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김진삼 교수는 “온찜질과 소염 진통제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이라며 “증상이 심한 경우 그 부위에 스테로이드제 주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틈틈이 손가락을 쫙 펴 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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