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한 신혼부부가 비디오가게에 맡긴 고장난 캠코더 속에 끼어 있던 ‘침실 테이프’가 ‘청춘의 덫’이란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의 표현을 빌면 우리사회는 포르노에 빠진 ‘광기(狂氣)의 사회’?
서울대병원 정신과 류인균교수는 “엿보기 좋아하는 ‘관음적(觀淫的) 사회’인 것은 확실하다”면서 “‘구성원들’이 웃고 즐기는 사이에 ‘개인들’은 엿보기가 정신병으로 변해 우울증 성격장애를 겪게 된다”고 경고한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로버트 시몬박사는 “몰래카메라에 은밀한 모습이 찍힌 당사자도 나중에 사실을 알게되면 수치감에 따른 대인기피증과 깜짝깜짝 놀라는 공황장애 등으로 고생한다”고 설명.
▼엿보면 병?
한 두 번 남의 은밀한 모습을 엿보는 것은 병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엿보기’ 중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포르노중독’과 6개월 이상 남의 은밀한 생활을 몰래 보고 흥분하는 ‘관음도착증’을 병으로 본다.
미국심리학회의 ‘심리학 연구와 시험’ 4월호에는 1주일에 11시간 이상 포르노를 보면 ‘중독’이라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장인 새너제이결혼&성센터의 알빈 쿠퍼박사는 “1만3천여 인터넷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8%는 1주일에 11번 이상 포르노사이트에 접속하는 ‘포르노 중독’이었고 이들 대부분이 우울증 성격장애를 겪고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정신질환 진단통계 메뉴얼’(DSM)에는 ‘관음도착증(Voyeurism)’이 ‘성도착증(Paraphilia)’의 하나로 분류돼 있다. 관음도착증은 △6개월 이상 남이 옷을 벗는 모습이나 벗은 몸, 성행위 장면을 보고 싶어하거나 △비난을 무릎쓰고 공공장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창틈으로 남의 침실을 엿보는 경우 등으로 정의돼 있다.
▼엿보기는 중독된다
포르노중독이나 관음도착증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뚜렷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성욕이나 자기방어본능 등을 조절하는 뇌 ‘변연계’에 이상이 생겨 중독되는 것으로 본다. 변연계는 시상 시상하부 해마 뇌하수체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 유타주립대의 빅터 클라인박사에 따르면 △음란물을 보지 않으면 허전한 ‘중독초기’ △더 자극적인 장면을 원하는 ‘상승기’ △성에 대한 도덕감이나 부끄럼이 없어지는 ‘무감각기’ △성도착행위를 일삼는 ‘실행기’를 거친다.
▼엿보기에 중독되면?
포르노중독과 관음도착증 환자는 모두 성적 환상 속에서 살게된다. 정상적 성관계 보다는 환상 속에서 자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자위만 가능한 ‘특이 발기부전’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포르노중독자는 배우자를 ‘성행위’의 파트너로만 여기다가 ‘성 격차(性隔差)’로 갈라서기도 한다. 두 경우 모두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우울증 불면증 적응장애가 나타난다.
둘 다 혼자 고칠 수 없다.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게 된다. 병원에선 약물치료로 관음증에 동반된 증세를 누그러뜨리면서 ‘병’임을 깨닫게 하고 상담을 통해 관심을 돌리게 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나의 `관음지수`는 어느정도?
①음란비디오나 CD를 사려고 특정장소에 간 적이 있다.
②사무실이나 방에서 몰래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
③배우자와의 잠자리에서 포르노 장면이 떠오른다.
④비디오 가게에서 에로물을 주로 빌려본다.
⑤여행갈 때 에로잡지를 자주 산다.
⑥18세 이전에 포르노에 빠진 적이 있다.
⑦용돈의 3분의1 이상을 에로물을 사는데 쓴다.
⑧밤에 이웃집에서 ‘소리’가 들리면 흥분된다.
⑨밤에 이웃집 창문에 불이 꺼졌다 켜지면 들여다보고 싶다.
⑩성적인 것 외에 관심가는 것이 별로 없다.
※미국 유타주립대와 서울대병원 자료. 해당항목이 △4개 이상〓‘응큼’△6개 이상〓‘병적 수준’ △8개 이상〓‘병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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