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 21]서울대병원 불임연구팀

  • 입력 1999년 7월 13일 19시 49분


85년 국내 최초의 시험관아기 ‘산파’였던 서울대의대 서울대병원 불임치료연구팀. 산파로서 주된 역할을 했던 문신용교수(산부인과)는 당시를 떠올리며 “무조건 믿고 따랐던 60여명의 ‘아줌마부대’에게 공을 돌린다”며 “그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시술법의 ‘임상시험자’로 나섰다”고 말했다.

결국 그들 중 한 명이 성공했고 이는 세계 최초의 시험관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79년 영국에서 태어난 지 6년만의 일이었다.

불임. 전문의들은 “결혼 후 1년까지 임신이 되지 않는 불임 부부가 10∼15%나 되며 만혼 등으로 증가추세”라고 말한다.

◆35세 전에◆

문교수는 “불임치료의 성공은 ‘나이’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이전엔 난소의 기능이 만 35세 이후에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됐으나 최근 연구결과 만 29세부터 난소가 급격히 노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 특히 35세 이후에는 배아가 잘 착상되지 않고 마흔이 넘으면 시험관아기도 얻기 어렵다.

98년 이 병원에서 평균 36.5세 여성이 한번 시술로 임신에 성공한 비율은 28.7%. 그러나 35세 이전 여성의 경우 40%였다. 문교수는 “불임치료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다.

◆남성불임의 극복◆

“아직도 불임을 여성 탓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부에 절반씩 원인이 있습니다.”

전문의들은 또 “환경호르몬이나 과음으로 정자의 수가 감소하거나 운동성이 떨어져 생기는 ‘남성불임’이 증가추세”라고 설명한다.

남성불임은 92년 벨기에에서 개발한 ‘난자세포질내 정자주입술(ICSI)’로 상당부분 해결됐다. 이 방법은 ‘힘’이 부족해 난자에 가지 못하는 정자를 난자에 직접 넣는 것. 서울대병원도 94년 도입했다.

이 방법은 정자가 아예 나오지 않는 ‘무정자증’의 불임치료에 한 획을 그었다. 무정자증인 경우에도 고환이나 부고환에는 ‘미성숙 정자’가 있는데 이를 빼내 수정시키기 때문. 이 과정에서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의 ‘협조’가 긴밀해졌다.

남성불임 담당 백재승교수는 무정자증의 발병 원인을 Y염색체에서 찾고 있다. 백교수는 “유전자 이상 때문이라면 ‘시험관아들’도 불임유전자를 갖게 된다”며 “이를 찾아내 불임유전의 ‘고리’를 끊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백교수는 국내 무정자증의 20%는 Y염색체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 미국의 유명한 불임학회지인 ‘생식과 불임’ 9월호에 발표할 예정.

◆아직도 높은 벽◆

시험관아기시술의 성공률은 아직 50%를 밑돈다. 불임환자의 절반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 문교수는 “좋은 불임의는 환자에게 ‘더이상 임신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씨’가 강조되는 사회인데다 ‘의료의 상업화’가 맞물려 불임부부가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현실에 대한 경고다.

“임신율만 높이려고 여러 수정란을 자궁에 넣으면 쌍둥이와 미숙아 기형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불임치료의 ‘교과서’가 되고 싶습니다.”(문신용교수)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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