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5. "첫사랑의 남자가 자꾸 떠오릅니다"
김영주(43.가명)
결혼한 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영주씨. 그녀는 올 초부터 유난히 첫사랑의 남자가 생각났다. 남편을 만나기 전 사귀었던 그와 헤어지 게 된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서로 싫어져서 헤어진 것이 아 니라 그가 불치의 병에 걸려 헤어질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사랑의 감정을 떠나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영주씨는 고 민 끝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1년 후 지금의 남편을 만 나 가정을 이루며 자연스럽게 그를 잊고 살아갔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다. 아이들도 잘 자라주었고 남편도 평범하긴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올 초부터 그에 대한 죄책감이 점점 커져 살아 있는 것만이 라도 확인하고 싶어졌다. 수소문 끝에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된 영주씨는 용기를 내 그에게 연락을 했다. 그도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고 건강해 보였다. 그와의 만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하지 못한 첫사랑의 상 대여서인지 예전의 감정이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영주씨의 일기장을 본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영주씨 모르게 남자를 찾아갔던 것이다. 남편은 그를 만나 영주씨와 성관계를 맺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성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남편은 영주씨에게 모든 걸 잊고 예전처럼 함께 살 것을 원했다. 영주씨도 이성을 되찾은 후였 으므로 그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남편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가끔 남편이 그와의 일을 문제삼아 다툼이 있긴 하지만 영 주씨는 남편과 이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전문가 분석 - 자아확인형
자아확인형 또는 첫사랑 확인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첫사랑 을 잊지 못하고 만나고 싶어하는 심리를 심리학 용어로 ‘자이가르 닉 효과’라고 한다. 미완성된 사랑을 완성시키고 싶어하는 내면적 인 심리를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강하다. 남성들도 물론 첫사랑 에 대한 미련은 가슴에 남아 있기 마련이지만, 여성만큼 적극성이나 대담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성은 결혼 후 상당 시간이 흐 르면 남편에게서는 더이상 ‘이성으로서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과거의 아름다웠던 사랑에 연연해하고 더 집착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이 극대화되었을 때 여성들은 첫사랑의 남성을 찾 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주로 부부간의 권태기나 중년기 위 기 상황에서 많이 나타나게 된다.
사례6. "여행가서 알게 된 남자와 지속적으로 만났다"
서지영(34.가명)
서지영씨는 최근 처음으로 한 상담기관을 찾았다. 남편 몰래 한동안 만났던 남자가 남편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지영씨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친구들과 함께 갔던 여행지에서였다. 오랜만의 여행에 지영씨는 조금 들떠 있었고 남편 아닌 남자와의 데 이트는 예상외로 신선했다. 부드럽고 매너 있는 그 남자에게 끌렸던 지영씨는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그를 만나게 되었다. 마음 속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막상 그에게 연락이 오면 설 레는 마음에 행동이 앞서는 것이었다. 몇 번의 만남 후에 지영씨는 그와 충동적으로 성관계까지 맺게 되었 다. 이런 식의 만남이 계속되며 지영씨는 서서히 이성을 찾게 되었 다. 답은 명확했다. 상대 역시 유부남이었고 그도 지영씨에게 사랑 한다는 말은 했지만 가정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지영씨 역시 지금의 남편과 헤어질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더 이상 그와 만나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이 서자 전화가 와도 여러 가지 이유를 대 만남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집요하게 만날 것을 요 구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계속 만나주지 않으면 남편에게 사실을 알 리겠다는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협박을 받으면서야 지영씨는 그가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고 자 신의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지영씨가 완강하게 대응하자 남자 도 처음처럼 막무가내로 나오진 않게 되었지만 지영씨는 남편에 대 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전문가 분석 - 충동형
누구나 충동적인 성향은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은 어 떠한 행동을 할 때 이성적인 판단에 의거해 그 결과를 먼저 생각해 보고 행동하게 된다. 따라서 매사에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충동 조절 장애라는 성격상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충동 조절 장애는 남성들의 음주 운전처럼, 차후에 닥칠 손해나 불 이익은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집착하게 되는 것을 뜻 한다. 이 여성의 경우 역시 이러한 조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것이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눈앞에 마음에 드는 사 람이 나타나면 즉석에서 어떤 결론을 내고자 하게 되는 것이다. 특 히 ‘여행’이라는 특수 상황이 그 충동적인 심리를 더 자극했으리 라 판단된다.
사례7. "결혼 후 만난 이상형의 남자와 재혼했습니다"
문소라(33.가명)
중매로 만난 남자와 결혼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문소라씨는 2년 전 지금의 남편과 재혼했다.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었던 소라씨가 주 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혼까지 한 것은 그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찾 아서였다. 전남편은 괜찮은 사람이었다. 경제적으로도 능력이 있었고 자상했으 며 무엇보다 시집 식구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3개월 정 도 지나며 문득문득 결혼 생활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함께 살다 보니 남편은 자신과 잘 맞는 성격은 아니었다. 게다가 지극히 개인 적인 성격이라 자기 자신과 가족 이외에는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 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라씨는 평소 자신이 꿈꿔오던 이상형의 남자를 만 나게 되었다. 그와는 같은 일을 하고 있어 항상 대화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또 취향이 너무 잘 맞아 서로 놀라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 었다. 남자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먼저 프로포즈를 해왔다. 하지만 소라씨는 이번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을 두고 사귀어볼 것을 제안했다. 결혼 전이었던 남자도 이 제안에 동의했고 두 사람 은 연애를 시작했다. 다시 만나게 된 남자에게 확신이 서자 소라씨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 구했다. 남편도 소라씨의 상황을 눈치챈 상태였으므로 쉽게 이혼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혼은 쉽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장문의 편지를 써가며 소라씨의 이혼을 막으려 했다. 또 친정부모도 이혼녀의 현실 을 강조하며 살다보면 정이 드는 게 부부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 라씨는 이혼을 하고 다시 만난 남자와 재혼했다. 지금의 남편과 아 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라씨는 결혼 생활에 만족하고 있 다.
전문가 분석 - 이상추구형
가슴속에 간직했던 이상형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누구나 가슴이 뛰 게 되고 그 감정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이상형은 개개인의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데, 주로 가족이나 친인척, 주변 사람들의 좋은 모습이 머리 속에 각인되어 하나의 이상형으로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이러한 이상형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 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구체적인 이성을 만나면서 자신 의 이상형을 잊게 된다. 그러나 일단 이러한 이상형을 만나게 된다 면 그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며, 순간적인 충동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 정리가 쉽지 않게 되는 것이다.
◆ 여자의 바람 vs 남자의 바람
"여성 외도의 대부분은 가정문제를 안고 있다"
최창호<심리학자, 심리검사 전문기관 '마인드플라자' 대표>
남성이든 여성이든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 는 심리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러한 심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외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외도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남성에게는 ‘자신의 씨’를 많이 퍼트리고 싶어하는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의 조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며 단지 행위 자체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에게 일회성 외도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 여성의 경우 ‘좋은 씨’를 선택해서 받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 구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를 중요시 여기게 된다. 따라서 여성이 외도를 하게 될 때는 정신적인 교감이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한정된다. 이러한 본능적인 차이 외에도 사회적인 조건에 의한 차이도 크다. 남성의 외도는 사회적으로 쉽게 용인되는 분위기이며 기회 또한 쉽 게 주어진다. 따라서 큰 고민이나 죄의식 없이 외도를 하게 되는 경 우가 많다.
반면 여성의 경우 사회적인 억압이 크기 때문에 쉽게 외도를 선택하 지는 않는다. 자신의 상황이 절실할 때, 즉 남편의 무관심이나 가정 의 불화, 고부간의 갈등과 같은 생활상의 문제가 있고, 그러한 문제 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외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도 남성의 경우에는 깊은 고민없이 외도를 하게 된 만큼 정리 또한 비교적 쉽게 이루어지며, 이에 대해서 여성 역시 일정 시 간이 지나면 용서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의 외도는 여성 스스로가 어렵게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정리도 쉽지 않지만, 대부분의 남성이 아내의 외도를 용납하지 못하 므로 외도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 다.
◆ 아내의 외도로 상담기관을 찾는 남성들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가 가정불화와 외도를 부른다"
이옥<남성의 전화 대표>
지난 95년 문을 연 후부터 아내의 외도로 고민하는 남성들의 전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IMF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 상담 내용의 대부분은 아내를 용서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 하지만 아내가 이 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다음으로는 용서하지 못할 것 같 아 괴롭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렇게 아내의 외도를 눈감아주려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것은 여 성들만큼은 아니지만 남성들도 이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 문이다. 이혼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 아이 때문이다. 또 사회적으로 ‘이혼남’이라는 굴레는 자신의 명예나 권위에 손상 을 입힌다고 생각하는 점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혼 외에 다른 해결책을 찾으려는 남성들이 상담기관을 찾는다는 상 황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내의 외도로 상담하는 남성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절대로 현장을 목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감정을 가진 인간인 이상 현장을 목격한 후에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 서 심증은 가는데 아내가 외도를 부인하는 경우의 상담이 들어오면 최대한 아내를 믿으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해결의 지름길이기 때문 이다. 특히 IMF 이후 여성의 외도가 늘고 있는 원인으로는 여성의 사회진 출이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하면 외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남녀 모두 외도의 계기는 가정불화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외도를 막기 위해선 가정불화나 부부갈등을 줄이는 것이 확 실한 답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특히 한국 남성들의 가부장적 태 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서로 믿고 이해하는 데 가부장적 태도는 걸 림돌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