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첫사랑을 만난 주부들의 숨은 사연 공개&연애 심리 분석
“어머! 저거 내 얘기야.” 주부들이 종종 드라마를 보며 읊조리는 말이다. 그리고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SBS 드라마 <사랑의 전설>이 인기를 모으면서‘주부들의 첫사랑’이 사회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결혼 후 만난 첫사랑에 얽힌 사연과 전국에 있는 주부 100명을 대상 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첫사랑’에 대한 주부들의 생각을 자세 히 알아보았다.
●글·김순희<자유기고가>
‘첫사랑’을소재로 한 드라마 <사랑의 전설>이 화제가 되고 있 다.
평범한 주부의 첫사랑이 몰고 온 파장이 주부들 사이에서 관심 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전설>은 시청률 60%를 넘고 있 는 인기 드라마 <허준>과 같은 시간대에 맞물려 방영되고 있지만 주 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사랑의 전설>을 시청하지 않으면 요즘 주부들 사이에 서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것은<사랑의전설>의 주인공처럼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첫사랑에 대한 추억 때문이 아닐까.
<사랑의전설>에서30대 초반의 주부인 영희(황신혜)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유치원에 다니는 5살 난 딸을 둔 엄마다. 겉으로는 이성적 이고차가워보일 정도로 냉정한 척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모른다. 잘 울고, 웃고, 투정부리기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성격의 소 유자이나 받아 줄 대상이 없는 현실에서는 외롭기만 하다. 아직도 2 0대의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지닌 그에게 무료한 결혼생활은 때때로 견디기 힘든 현실이다. 그는 능력있는 펀드매니저인 남편 정환(김상중)을 만나 나름대로 행 복한생활을 꿈꾸며 결혼했지만, 자신을 더 이상 여자로 대하지 않 는남편에게 실망과 당혹감을 느낀다. 그는 결혼 전 열정과 자신감 을가진 남자 민석(최민수)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어 려움 때문에 헤어지고 만다. 그래서 영희는 첫사랑과 헤어져야만 했 던 아픔과 함께 민석에 대한 묘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어느 날 영희와 헤어진 후 열심히 공부해 유능한 변호사로 성 공한민석이 옆집으로 이사를 온다. 아직도 영희를 잊지 못하는 민 석은영희의곁을 맴돌고 영희가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처음에는민석을 무조건 거부했던 영희는 민석과의 재회 후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다소상투적인 줄거리를 지닌 드라마 <사랑의 전설>이 주부들의 시 선을 고정시키는 이유는 무엇보다 첫사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 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전국에 있는 30, 40대 주부 100명을 대상 으로전화와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부 95%가 첫사랑을 간직하고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결과를 토대로 <사랑의 전설> 처럼 실제 주부들이 결혼 후 만난 첫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지금도 밖에 나가면 아줌마로 불리기보다 아가씨 소리를 자주 듣는다.올해결혼 9년차 주부인 나는 별다른 경제적 어려움 없이 남매를키우며 평범하게 살고 있다. 직장 다닐 때는 남자직원들 사 이에서인기도 많았지만 만나는 남자마다 딱지를 놓는 바람에 ‘콧 대 높은 미스 최’라는 별명도 갖고 있었다. 그런 나의 높은 콧대를 단숨에 꺾어 놓은 사람은 한 신입사원이었다. 직장에다니면서야간 대학을 다녔던 나는 스물두 살 풋내기 처녀 때그와 ‘찐한’ 첫사랑을 경험했다. 여섯 살 연상이었던 그는 잘 생긴 외모와 부드러운 성격으로 나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누 가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반했다. 하지만 부유하고 사회 지도 층(?)인사에 속하던 남자 집안에서는 내가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집안이라는 것을 알고 결혼을 반대했다. 결국 우리는 그의 부모님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 고헤어진 뒤 그는 본점으로, 나는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몇 달 후,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동료직원에게 전해 들었다. 나는 그 를애써 잊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내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축하한다”며 만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 만나고 싶은 마음 은 간절했지만 혹시 어렵게 아문 첫사랑의 상처가 다시 드러날까 두 려웠기 때문이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직장을 그만둔 뒤 집에서 쉬고 있는데, 그로부터 “꼭한 번 만나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나 역시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남자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한 번쯤 만나 보고싶었다. 남편이 모르는 첫사랑이었기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거짓말을하고정성스럽게 분단장을 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사랑했던순간들은잊어버렸는지 묻고도 싶었다.
약속장소에 나가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찾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웬 중 년남자가손짓을 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사람이었다. 채 나이 사십도 되기 전에 주변머리만 남겨 놓고 벗겨진 머리며, 임신 6개월 인 내 배보다 더 나와 보이는 배. 잘생긴 외모는 온데간데 없고, 배 불뚝이중년사내 모습으로 나타난 그를 본 순간, 뒤통수를 맞은 느 낌이었다. 만나기 전에는 가슴이 설레기도 했는데 만나 보니 예전에 멋져 보이 던 그 남자가 아니다. 괜히 만났다는 생각이 들면서 차라리 기억 속 에 고이고이 담아 놓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내가 그토록 사 랑했던그 남자가 맞나 싶을 만큼 실망스러웠다. 눈빛이 참 아름다 웠는데 이제 와 살펴보니 서글서글한 눈매가 바람 잘 피우게 생겼다 는 생각까지 들었다. ‘차라리 만나지 말걸’ 하고 후회했지만 소용 없는일이었다. 그가 ‘맛있는 밥을 사 주겠다’고 하는 것을 거절 하고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김치찌개에 밥을 비벼 먹는데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무성하게 뒤덮인 남편의 머리카락이 그 날처럼 멋져 보 인 적이 없었다. 요즘나는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집안일 을제쳐 두고 컴퓨터부터 켠다. 그리고 그의 편지가 왔는지 이메일 을확인한다. 넉 달 전부터 생긴 습관이다. 예전 같으면 아파트 근 처에있는 헬스클럽에 가 있을 시간이다. 결혼 8년째. 나는 대기업 홍보실에다니는 남편과 아들 둘을 두었고 겉으로 보기에는 남부러 울 게 없다. 한가지 불만이라면 남편과의 잠자리뿐. 그러나 결혼 후 단 한 번도 남편에게 불만을 얘기한 적은 없었다. 나는 대학 4학년 때 친구 소개로 만나 4년 동안 사귄 첫사랑을 남편 모르게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좋아하는감정이사랑으로 발전하는 데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 다.지방에서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던 나의 방은 우리 두 사람의 아지트였다.
결혼을하기로 마음먹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하기로 했는데 뜻하 지않은 일이 벌어졌다. 생년일시가 화근이었다. 먼저 궁합을 봐야 한다기에가르쳐준 생년일시가 우리 두 사람을 갈라놓고 말았다. 궁합이맞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내가 ‘서방 잡아먹을 팔자에 집 안에 액운을 몰고 올 사람’이라고 했다. 시어머니가 될 분은 그 사 람에게나와 결혼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내렸다. 결 국 집안의 반대가 너무 심해 헤어지고 말았다. 그 남자도 나와 결혼 하면 나이 사십을 못 넘기고 죽는다는 어머니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 지 못하는 듯했다. 결국 나는 선을 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특별히 모난 구석도 없 고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식구들 먹여 살리 는데문제가 없을 만큼 든든한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쉽게 결혼을 결정했다.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 제가없는 부부였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후닥닥 밤일 (?)을마치는 남편만 아니라면. 그마저도 남편은 자기 욕구만 채우 면 끝이었다. 그럴 때마다 충분히 흥분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그 남 자가 생각났다.
몇 달 전. 신문 부음난에서 모친상을 당한 그 남자의 이름을 발견하 고 망설이다 찾아갔다. 한 번쯤 만나고 싶어도 용기가 나지 않아 전 화 한 번 안 했는데, 문상객으로 간다면 자연스럽게 재회할 수 있을 것같았다. 상주인 그는 나를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잠시동안 그를 위로하고돌아오려는 나에게 명함을 건넸다. “꼭 전화하라”는 말 과 함께. 명함을 받아 들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만나서 차 한잔 마실 마음으로 전화를걸었다. 9년 만에 마주 앉은 그와의 만남은 낯설지 않았다. 예나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보였던 그를 보자 옛 감정이 되살아나 기시작했다. 결혼생활은 행복한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묻던 그는 언제라도편지하라며이메일 주소를 가르쳐줬다. 처음에는 안부를 묻는 정도의 편지를 보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과의 부부관계에 대한불만도 털어놓게 되었다.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만남도 잦아졌 고,자연스럽게 관계를 갖게 되었다. 가정과 아이들을 위하여 이혼 할생각은 없다. 그것은 그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저 한 달에 한두 번만나 관계를 가질 뿐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는미안한 일이지만 연애하는 기분이 적당히 긴장감도 있고 무기력 하게만느껴졌던 일상생활에 또다른 활력소가 되고 있어 나의 행동 을 후회하지 않는다. 맞벌이를 하는 나는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해야 하고 서둘러 출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며칠 전에 는출근준비로바쁜 가운데도 장롱문을 활짝 열고 어떤 옷을 입고 갈까 한참동안 망설였다. 저녁에 있을 특별한(?) 약속 때문이었다. 대학다닐 때 같은 과 동기였던 남학생과 친구처럼 만나다 어느 날 갑자기“우리 연애하자”하는 한마디로 시작된 첫사랑. 친구일 때 는자연스럽더니 막상 애인으로서 서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힘 들어지면서합의하에헤어지기로 결정했다. 연애를 하면서도 좋은 추억만간직하게 되었고, 상대방에 대한 노여움이나 서운한 감정이 없어서헤어진 뒤에도 친구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이 친구와애인사이를 오갈 때 서클 선배였던 지금의 남편은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자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남편 은마음속으로 나를 ‘콕’ 찍어 놓고 그 당시 두 사람이 헤어지기 를‘정한수를 떠놓고 빌었다’는 웃지 못할 고백을 했다. 선배 마 음은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오만가지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던게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 전부터 남 편은‘그친구 쓸 만한 녀석’이라며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시켜 줘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후 우리 세 사람은 가끔씩 만나 맥주도 마시고 볼링도 치러 다녔 는데 지금은 남편이 그 친구를 더 좋아한다. 결국 남편이 그 사람에 게여자를소개시켜 줬고 두 사람은 얼마 전 결혼도 했다. 그런데 우스운게 여자의 마음인 모양이다. 무슨 심보인지 그 친구 부인과 함께 만날 때면 그 여자보다 예쁘게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옷차 림에신경을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질투의 감정은 절대 아니다. 앞으로도나는 그 사람을 계속 만날 생각이다. 나나 남편이나 부부 가 같이 만나니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종종 그 친구 아내에게 “이 친구 첫사랑이 제 마누라였다는 거 아시죠?”라며 농담을 하는데 내가 농담이라고 해도 친구 부인이 듣기에는썩 기분 좋은 말은 아니니까 다시는 ‘첫사랑’ 운운하지 말라고엄포를 놨다. 나와 그 친구의 사랑은 깨끗하고 순수한 첫사 랑이었기에남편에게도 떳떳하고 지금까지도 편안한 만남으로 이어 지고있다. 비록 첫사랑은 실패했지만 평생 좋은 친구를 얻게 되었 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요즘 이혼소송 때문에 머리가 아 프다.
나의 불륜을 알게 된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잘못했으니 애들을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 었지만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동안 피아노 학원을 하면서 적잖은돈을 벌었지만 빈털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첫 사랑의 남자를 다시 만나 저지른 불륜 때문이었다. 대학시절 그와 나는 서로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았다. 그러다가 그 가군대를가고 하루 이틀 안 만나다 보니까 ‘정말 사랑이었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그는 어디서 내 결혼소식을 들었는지 ‘휴가 나오면 죽여버리겠다’고 친 정집으로편지를보냈다. 친정엄마와 나는 그 편지를 보고 심장이 멈춰버리는줄 알았다. 그가 탈영할까봐 두렵기까지 했다. 결국 제 대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그는 놀랍게도 사 랑하기 때문에 용서한다고 말했다. 세월이흐르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선배가 새로 개업한 출판사를 찾아갔다가20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가 군대간 사이 내가결혼해버린 뒤로 처음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개업식을 마치고 선후배들과같이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옆자 리에앉았다. 미안한 마음에 “잘 살고 있냐”는 한마디를 건넨 채 술잔만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야 임마. 네가 날 버리고 갔는데 잘 살리가있냐”며 부인과 이혼하고 두 딸과 살고 있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먼저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따라나 온 그를 뿌리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내가 널 얼마나 아끼고 사 랑했는지 아느냐”며 “성스러운 첫날밤을 위해 널 지켜 줬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더니 갓길로 차를 세워 슬그머니 껴안았다. 거부할 틈도 없이.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졌다. 그는 이혼하 고같이 살자고 애원했지만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혼을 종용 하는 그가 부담스러워, 남편이 눈치챌까 두렵다며 그만 만나자고 했 더니,그는 홧김에 술을 마시고 남편에게 전화해 그간 있었던 일들 을 모조리 털어놓고 말았다. 그 남자와 다시는 안 만날 테니 용서해 달라고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남편은 같이 살 수 없다며 이혼 소송을제기했다. 친정식구들도 남부끄러워 못 살겠으니 얼씬도 하 지말라며딸 하나 없는 셈 칠 테니 살든지 죽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그나마피아노 학원이 내 이름으로 계약되어 있어 학원에서 숙식을해결하고 있다. 요즘 나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 첫사랑의 남 자를만나결국 몹쓸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자책 속에서 산 다.그 뒤, 그 남자가 학원으로 찾아와 같이 살자며 애원했지만 추 호도 그럴 마음은 없었다.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남자를 배신하지 않았더라 면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을까’하는 뒤늦은 후회도 해본다. 이런 상황속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큰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서 밥은 먹고 가는지, 도시락은 싸가지고 가는 지 항상 마음에 걸린다. 이제 와서 땅을 치고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지만 말이다. 올해로결혼3년째인 나는 남편과 아무 문제만 없었다면 첫사랑의 남자를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남편이 회사동료 여직원과 바람 이났다는 것을 안 것은 일 년 전이었다. 아이를 낳고 친정에서 몸 조리를하고 있을 때 남편이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회사 일이 바쁘 니 이해해 달라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산후조리를마치고 집에 돌아온 이후 회사 여직원이 휴일에도 집으 로자주 전화를 걸어왔다. “바쁜 업무 때문에 회사에 나와야 된다 ”며남편을 바꿔 달라고 해도 별 생각없이 남편을 바꿔줬고 일 때 문에나간다는남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남편은 가끔 회사에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면 회 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핑계를 댔다. 휴일마다출근하는 것도 그렇고 날마다 늦게 들어오기까지 하자 ‘ 혹시바람이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다 밤늦게 남편이여직원과 통화하는 것을 엿듣고 나서야 남편이 바람을 피우 고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늘이 노랗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선봐서결혼한 남편과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은 없었지만 별 문제 없이잘 살고 있다고 믿었다. 이혼할 각오로 “남편 회사에 찾아가 발칵뒤집어버려? 아니면 대로에서 그 여자 머리채를 끌어 봐?” 등등 별의별 생각을 다 했지만 아무것도 행동에 옮길 수 없었다. 남 편과 이혼하고 아이를 아빠 없는 자식으로 키우고 싶지 않았고 혼자 아이를키울 수 있는 경제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심한 우울증 에 시달리다가 그 남자를 만나기로 결심을 했다. 대학 입학하고 첫 미팅 때 만나 대학 4년 내내 그림자처럼 붙어다녔 던 첫사랑의 남자였다. 결혼하기에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그를 버린 사람은 나였다. 남편이 바람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생각 보다 견디기 힘들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를 한번 만나 보고 싶다거나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어서 가 아니라, 홧김에 그를 만나 예전처럼 즐겨 보자는 보복 심리가 작 용했다. 남편이 바람 피우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복수였다. 그를 만나 “아직도첫사랑을 잊을 수 없어 결혼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유혹 했고여관에 데려가도록 유인했다. 우리는 결혼 전보다 훨씬 더 뜨 겁고강렬한 시간을 보냈다. 순전히 남편에 대한 복수와 오기 때문 이었다. 이제 더 이상 남편이 바람을 피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 아이 때문 에이혼할수도 없고, 이혼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가 싫어서 지금처럼가끔 그를 만나 관계를 갖기로 작정했다. 아직 미혼인 그 가은근히 ‘이혼하고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할까봐 눈치를 보는 것같아“아이 때문에 이혼할 수 없으니 나한테 이혼하고 결혼해 달라는말은 하지 말라”고 미리 못을 박았다. 그도 안심하는 눈치 였다.
나는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쓸 만큼 쓰면서 그를 만나 적당히 즐기면서살고 있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은 조금도 없고 다만 첫 사랑을잊고 살 수 없어 연락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그 남자 에게 미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