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환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실천하기 힘든 식이요법과 운동을 ‘강요’하던 시대에서 비만을 고혈압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으로 보고 약으로 치료하는 ‘약물 치료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비만 정도가 가벼우면 식이요법 운동으로 치료하지만 정도가 심하거나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나아지지 않으면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고 비만 치료 지침에 규정했다. 비만이 단지 외모의 문제가 아니며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의학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비만 환자는 근거가 박약한 다이어트법이나 다이어트 상품에 현혹돼 돈을 날리거나 몸을 망치기보다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제니칼〓장 속의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 음식물로 섭취한 지방을 분해시키지 못하게 해 결과적으로 섭취한 지방의 70%만 흡수하고 30%는 고스란히 배설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살빼는 약이지만 식사를 안했을 때는 복용할 필요가 없고 식사할 때 복용해야만 효과가 있다. 매끼 식사 전후 30분 이내 복용하면 섭취한 지방의 일부가 대변과 함께 배출된다.
임상시험 결과, 하루 600㎉ 정도 식사량을 줄이면서 제니칼을 1년 복용하면 약 10% 체중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만의 부담을 줄여 총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의 원인인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치가 감소하고 혈당과 고혈압 개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어도 2년간 안전하게 체중을 줄이고 감량된 체중을 유지한다. 복용 초기에 기름 변이 20∼25% 정도 생기며 방귀 잦은 배변 횟수 복통 등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지방식을 많이 먹을수록 부작용이 심하므로 저지방식이 좋다.
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 박혜순교수는 “밥 등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한국인은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총 칼로리의 20%를 넘지 않는다”면서 “한국인에게 지방흡수 억제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이어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에겐 효과가 의심스럽다”고 덧붙혔다. 지용성 비타민(A,E)흡수를 억제할 수 있으므로 공복에 비타민을 따로 복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리덕틸〓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호르몬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억제시켜 식욕을 떨어뜨리는 약물. 본래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하던중 이 약을 복용한 환자의 체중이 준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비만치료제로 개발됐다. 식사와 관계없이 6개월동안 하루 한 번 복용하면 5∼6㎏의 체중감소 효과가 있고 2년 뒤에도 감소된 체중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용을 시작한지 첫 4주 이내 약 2㎏ 이상 체중이 줄면 약효가 좋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중독 위험은 없지만 약 10%는 체중 감량 효과가 전혀 없다.
또 입마름 피로 불면증 두근거림 두통 변비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혈압 맥박이 미약하게 올라갈 수 있으므로 특히 고혈압 환자는 주치의와 상담 후 사용을 결정한다.
장기적으론 체중이 줄면서 혈압이 낮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