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합니다]손저림증 이영자씨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51분


3일 오전 11시 고려대 안암병원 7408호. 퇴원 준비를 하던 이영자씨(37)는 지난 밤 한 번도 안 깨고 푹 잔 것이 꿈만 같다.

이씨는 10여년 동안 손이 저리고 아파 고생했다. 첫 통증이 온 것은 90년. 첫 아이를 낳은 지 2년이 지났을 때였다. 약지가 아프다가 중지 엄지로 통증이 번졌고 2, 3년 뒤에는 팔 어깨까지 아팠다.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를 오래 잡을 수 없었고 전화 수화기, 숟가락도 오래 들기 힘들었다. 자다 깨서 신음하는 일도 잦아져 ‘언제 깨야 하나’ 걱정하면서 잠드는 것이 버릇이 됐다. 남편은 덩달아 깨어 이씨의 팔을 주무르느라 잠을 못자곤 했다. 이 때문에 부부의 얼굴은 늘 푸석푸석했다.

이씨는 “주위에선 산후통이다 혈액순환장애다 하면서 ‘훈수’를 뒀고 이들의 권유에 따라 침 뜸에 의지하거나 혈액순환 개선제를 사먹어도 도무지 낫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6년 한 신문에서 수술로 고칠 수 있다는 기사를 읽고 병원에서 ‘손저림증’이란 진단을 받고도 수술이 성공할지 긴가민가했다. 게다가 이 무렵 남편과 함께 서울 보성여고 앞에서 제과점 ‘빵굼터’를 열었기 때문에 수술받을 짬을 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올 겨울엔 통증을 참을 수 없었다. 주고객인 여고생들의 방학기간에 짬을 내 1일 오후 입원해 2일 오전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수술 뒤 압박붕대로 죄어놓아 처음 몇 시간은 불편했어요. 그런데 손저림증이 조금씩 없어지대요. 꿈만 같게도 밤에 잠을 깨지 않았어요. 주위에 손저림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수술받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손저림증은 손목의 힘줄이 두꺼워지면서 신경을 눌러 생긴다. 대부분 환자가 혈액순환 개선제 뜸 침 찜질욕 등에 의존하다 통증을 키운다. 금침을 1000만원 어치 맞으며 30년간 고생한 사람도 있으니 이씨는 고생도 덜하고 돈도 덜 쓴 편.

수술로 이 병을 쉽게 고칠 수 있다. 치료비는 2박 3일 입원비, 각종 검사비, 재활치료비 등을 합쳐서 100만원이 채 안된다.

45∼55세 여성 환자가 많다. 골퍼 음식점 직원 봉제사 미용사 등 손을 많이 쓰는 사람이 많다. 이씨도 빵집을 운영하느라 손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설거지 손빨래 등 집안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원인. 시어머니로부터 ‘왕년에 너 만큼 일 안한 사람 있느냐’는 핀잔을 받다 병원을 찾는 종가 며느리 환자도 있다.

당뇨병 방패샘(갑상선)질환 척추질환자에게 2차 증세로 손저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맥주사로 환자를 잠재운 뒤 부분 마취하고 손바닥을 2㎝ 잘라 신경을 누르고 있는 힘줄을 끊는 수술을 한다. 떨어진 힘줄은 2주 안에 자연스럽게 붙기 시작해 6개월 이내에 완전히 회복된다. 수술 뒤 압박붕대를 감았다 2주일 내에 실밥을 풀면서 함께 푼다.

수술 환자의 95%가 1년 내에 증세가 사라지고 70%는 다음날 당장 증세가 좋아진 것을 느낀다. 다른 병의 2차 증세일 경우 1년 내 85%가 낫는다.

안덕선(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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