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9시경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퇴원 준비를 하던 김용웅씨(62·개인택시 기사). 그는 60대의 60%가 걸린다는 ‘전립샘 비대증’ 때문에 3년 동안 고생하다 사흘 전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직업 때문에 특히 고충이 컸다. 택시를 몰다가 소변이 마려워 붉은 얼굴로 손님에게 양해를 구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땐 화장실 찾기가 왜 그리 어렵던지…. 밤에도 2, 3번은 깨어서 소변을 봐야했기 때문에 늘 피곤했다. 소변을 누고도 시원하지 않고 음경 부위가 뻐근해 잠 못 든 적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전립샘은 밤톨샘으로 불려도 좋을 만큼 꼭 밤톨처럼 생겼다. 오줌보(방광) 아래에 있으며 정액에서 밤나무 냄새가 나는 독특한 성분을 만든다. 전립샘 비대증은 보통 50세 이후부터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전립샘이 점점 커져 요로를 압박해 생긴다.
김씨는 8일 오후 입원해 이튿날 오전 8시 수술실에 들어갔다.
그는 “수술 전 상당히 떨렸는데 의사가 마취 뒤 20분 만에 수술이 끝났다고 말해 놀랐다”고 말했다. 수술 뒤 2시간 정도 회복실에서 안정을 취하다 병실로 되돌아왔다. 마취가 깨고 5시간 뒤부터 약간의 통증이 이어졌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술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15시간 동안 꼼짝 않고 누워 있었던 것.
김씨는 퇴원 직전 요도에 박은 2개의 튜브를 빼냈다. 수술 부위에 식염수를 흘려 소독하고 이 식염수와 피가 섞여 나오도록 튜브를 박았던 것. 그는 주치의로부터 며칠 동안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지만 상처가 아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사람에겐 수술을 권하고 싶습니다. 수술은 포경수술처럼 간단합니다.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김씨의 수술 소감이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전립샘은 알밤 크기로 무게가 대개 20g이지만 김씨의 것은 30g 가량이었다. 전림샘이 크더라도 불편하지 않으면 굳이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불편함을 계속 참으면 통증 혈뇨로 이어지고 콩팥염 콩팥기능저하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전립샘 비대증은 의사가 환자의 음낭 아래를 만져보면 대략 알 수 있다. 의사는 필요하면 초음파검사 요로촬영 내시경검사 소변 및 혈액검사 등을 한다.
치료는 약물 치료가 우선. 그러나 약을 끊으면 재발하는 것이 단점이다. 배뇨장애가 심하거나 약효가 없는 경우, 갑자기 소변이 막혀 고통스러운 경우에는 수술한다.
김씨는 요도에 내시경을 밀어넣어 전기로 부은 부위를 잘라내는 ‘경요도 전립샘 절제술’ 치료를 받았다. 이 경우 모세혈관이 터져 며칠간 출혈이 생기고 이것이 아물면 완쾌된다.
전립샘이 지나치게 클 경우 개복수술을 하는데 간혹 과다출혈 발기부전 요실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밖에 온열치료 레이저치료술 등 환자에 따라 다양한 수술법이 있다.
지금까지 수술에 실패하거나 수술 받은 환자에게 전립샘 비대증이 재발한 경우도 없었으니 환자는 “몸에 칼대서 좋을 것 없다”며 병을 키우지 말고 수술받기를 권한다.
양승철(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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