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삼성서울병원 6층 신생아중환자실 앞. 지난해 10월 태어날 당시 몸무게가 480g에 불과했지만 석 달 동안 2㎏으로 성장한 줄리아를 안고 퇴원하는 산모 김민숙씨(34·경기 용인시 기흥읍·왼쪽)와 남편 마이클 할리(41)는 결혼 후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출산 전엔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어요. 95년 한 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일하다 ‘사람 좋은’ 미국인 남편을 만나 2년 반 사귀다 98년 결혼했지요. 결혼 직후 남편 회사의 본사가 있는 네델란드 아인드호븐에서 1년 정도 살았여요. 99년 4월 귀국했고 국내 생활의 터를 닦은 뒤 지난해 임신했죠.”
그러나 올 1월14일 태어날 예정이었던 줄리아가 생활의 실타래를 풀어 얽어버렸다.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부르노의 시댁에 다녀오면서 무리한 탓일까? 김씨는 귀국 직후 수원의 산부인과에서 의사로부터 “한달 동안 태아가 자라지 않고 양수가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해 10월9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고 다음날 오후 2시 줄리아가 태어났다. 세 달 일찍 세상을 본 셈이다. 병원에선 아기의 신체가 미성숙해 뇌출혈 패혈증 미숙아망막증 등 각종 질병의 우려가 있다고 알려줬다.
김씨는 1주일 뒤 줄리아를 신생아 중환자실에 남긴 채 퇴원해 매일 용인에서 올라와 1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아기를 보고 내려가야만 했다.
줄리아는 두 달 반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정맥을 통해 특수 영양수액을 투여받았다. 망막에 혈관이 이상 증식해 레이저로 실핏줄을 지지는 수술을 세 번 받았다.
“출산 이틀 뒤 줄리아를 봤어요. 간신히 뜬 줄리아의 눈에서 삶의 의지를 읽었죠. 살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매일 가슴을 졸였죠. 정말 건강하게 키울거예요.”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시기를 따져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나는 아기를 미숙아로, 몸무게를 따져 신생아가 2.5㎏ 이하면 저체중아, 1.5㎏ 이하면 극소 저출생체중아로 부른다. 또 1㎏이 안되면 초(超)극소체중으로 분류되는데 줄리아는 지난해 서울중앙병원에서 태어난 468g 아기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가벼운 신생아인 듯 하다.
우리 병원에서는 1. 5㎏ 이하 신생아의 80% 이상이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 품에 안긴다. 미숙아는 의술과 정성이 합쳐져야 살 수 있다. 신생아 중환자실의 의사나 간호사가 한시라도 아기에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정성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임신부는 꾸준히 산전진찰을 받고 조기 분만의 낌새가 보이거나 저체중아 출산이 예상되면 신생아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현재 보험 혜택이 제한적이다. 다행히 줄리아 아빠는 외국 민간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1억원이 넘는 치료비를 내지 않아도 됐다. 의술과 정성에다 사회적 관심이 추가되면 더 많은 미숙아가 건강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을텐데….
장 윤 실(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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