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낮12시경 인천 중구 용동 가천의대 동인천길병원에서 퇴원을 준비하고 있던 김화자씨(56·경기 오산시 오산동). 2월초 남편(59)이 운전 중 우연히 라디오 방송을 들은 덕분에 10여년 앓아온 무릎통증에서 벗어났다. 방송에선 인공 무릎관절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김씨는 40대 중반 별안간 다리가 당기면서 ‘통증의 늪’에 빠져들었다. 퇴행관절염이 찾아온 것.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생활 반경은 점점 병원과 집으로 좁아졌다. 외출했다 계단을 보면 덜컹 겁부터 났다. 가족은 홍화씨 고양이 등 ‘민간 관절 특효약’을 찾아 헤맸다.
2, 3년 전부터는 무릎이 칼로 찌르는 것 같아 슈퍼마켓에도 못갔다. 연골재생주사와 뼈주사 등을 수시로 맞았지만 며칠간 아픔이 사라졌다 이내 도지곤 했다.
김씨는 20대말∼30대초 부업으로 양장점을 하면서 일감이 밀리면 하루 종일 발을 놀려 재봉틀을 돌렸고 몇 시간씩 쪼그려 앉아 뜨개질을 하기도 했다. 3남매를 낳으면서 출산 뒤 3, 4일 만에 일하러 나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했다. 병원에선 “이 때문에 무릎이 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남편을 따라 2월13일 이 병원에 입원했고 다음날 오전 양쪽 다리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하루 정도 중환자실에 누워있다가 15일 병실에 왔고 다음날부터 걷는 연습을 했다.수술 1주일 뒤부터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고 두 발로 걸어 퇴원할 수 있게 됐다.
“수술 직후 아플까봐 두려웠어요. 그러나 마취가 깼는데도 의외로 아프지 않았어요. 진작 수술을 받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퇴행관절염은뼈끝에서 쿠션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아 생기는데 고령 비만 등이 원인이다. 좌식생활과 걸레질도 무릎 노화를 앞당긴다.
병의 초기엔 약물요법와 물리치료로도 통증을 줄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면 관절경시술을 받는다. 관절경시술도 한쪽 무릎의 연골만 손상되거나 연골 손상 부위가 9㎝ 이하인 경우, 다리가 심하게 휘지 않았을 때에 한정된다. 증세가 더 심할 때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몇 년 전까지는 인공 엉덩관절 수술이 인공 무릎관절 수술보다 훨씬 많았지만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무릎관절 수술은 한쪽에 40분 정도 걸리며 비용은 200만∼500만원 정도 든다. 최근 시술되고 있는 인공관절의 수명은 20년이 넘는다.
물론 인공관절이기 때문에 완전히 쪼그려 앉지 못하지만 평균 125∼130도를 움직일 수 있어 생활엔 지장이 없다.
간혹 수술 뒤 통증이 더 심해졌다는 환자가 있는데 이는 수술 중 감염으로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에선 이를 막기 위해 의사들이 우주복을 닮은 ‘특수수술복’을 입고 수술하고 있다. 최근 의사들은 감염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선 지난해 9월부터 이 방법으로 600명이 수술받았는데 한 명만 염증이 생겼다. 또 환자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99%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관절수술은 퇴행관절염 환자의 찌푸린 얼굴에 밝은 미소를 되돌려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수찬(가천의대 동인천길병원장·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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